2024년 11월 15일(스페인 여행 2일)
처음 계획에는 없던 곳.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여행책을 넘기다가
콜럼버스의 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세비야 대성당 방문이 결정되었다.
콜럼버스의 모험과 발견,
그가 남긴 논쟁적인 역사적 의미를 떠나서
그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 그의 묘가 성당 안, 땅이 아닌 허공에 떠 있다니,
콜럼버스의 묘는 스페인 네 명의 왕 조각이 그의 관을 들어 올린 형태였다.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그의 유언 때문이었다.
묘를 무조건 땅속에 둬야 한다고 여기는
우리 문화와는 너무도 달랐다.
스페인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말문이 막혔다.
웅장한 규모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압도적인 것은 천장이었다.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아치형 천장에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들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게 서 있었다.
종교와 거리가 먼 내가
신성함을 느낄 정도였다.
파이프오르간의 깊은 울림이 궁금했고,
찬란한 유물들과 탑에서 내려다본 풍경 모두 훌륭했지만
다시, 또다시 올려다본 것은 천장이었다.
스페인의 여러 성당을 여행하며 깨달은 점은
이 건축물들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가진 감정, 믿음, 의지, 번영
모든 것이 한데 녹아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
무언가 대단한 것을 창조하는 힘은
결국 여유에서 온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지금까지는 살아내느라, 키우느라 바빴다면
이제야 비로소 나에게도
크고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 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