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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by 프라임 핏

철학을 처음 공부할 때, 나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철학이 나의 가치관과 신념을 튼튼히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반대였다. 철학은 나의 가치관을 의심하게 만들고,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요구했다. 이것은 혼란스러웠지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철학의 본질은 정당한 질문이다. "당신의 신념은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답 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철학적 논증과 반론 앞에서는 내 철학이 얼마나 빈약한지 깨닫는 일이 빈번했다. 철학은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학문이다. 이 과정에서 흔들림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철학의 질문과 도전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의 가치관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자격있는 도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당한 반론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취약함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가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아직 잡지 못한 것이니까.


안정된 신념에 정착한다면 고요하고 편안하다. 반면 흔들림은 불편하다. 기존의 가치관이 붕괴될 때 느끼는 혼란과 불안은 어쩌면 철학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흔들림은 성장의 전조다. 무너지지 않은 채로 서있는 신념은 오히려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철학은 무너뜨림과 동시에 재구축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너진 자리에는 새로운 사고의 토대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일단 진리의 탑을 일단 세우고 나면 그것을 무너 뜨려야한다. 무너지면 그 자리에 다시 세우고, 그것을 다시 무너뜨린 뒤, 또 다시 세운다. 무의미한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새로 지은 탑은 항상 조금 더 멋지고 견고하다. 조금 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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