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몽당연필

by 상상혁

도서관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는 날들이 있었다. 매일 아침, 차가운 공기를 뚫고 가장 먼저 도착한 나는 텅 빈 자리에 앉아 연필을 꺼낸다. 깔끔하게 깎인 연필이 그날도 내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그려낼 수 있을까, 조용히 기대하며 연필을 손에 쥔다.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도서관의 정적 속에서 선명하게 들린다. 단어를 적어가는 동안, 연필심이 서서히 닳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쓴 문장만큼 연필이 작아지는 게 눈으로 보일 때마다 묘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 순간, 내 노력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된다.


도서관 창밖으로는 한 겨울 햇살이 조용하게 흘러간다. 누군가는 책을 펼쳐 들고, 누군가는 자료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노트 위에 단어를 적고 지우개를 문지르며 문장을 다듬어 본다. 어쩌면 이 문장은 아무도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의 글쓰기는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다.


가장 고요했던 시간은 저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나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열람실 마감 10분 전입니다."


텅 빈 열람실에 앉아 있으면, 어둠이 내려앉은 창문에 내 모습이 비쳤다. 손가락 끝에서 짧아진 연필은 점점 낯선 모양이 되어갔고, 나는 그것을 쥐고 글 쓰는 법을 배웠다. "짧아졌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그 작은 연필 조각을 마음에 담았다.


몇 주 후, 몽당연필 하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노트는 글자로 가득 찼고, 연필은 더 이상 쓰기 어려울 만큼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 연필은 도서관의 고요한 날들, 적막 속에서의 나를 품고 있었다. 도서관에서의 몽당연필은 내 글쓰기의 한 장면이고 동시에 내 삶의 한 부분이다. 짧아진 연필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노력은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렇게 짧아진 연필로 남아, 나에게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등산 끝에 돌아보는 풍경처럼 그 흔적은 오래도록 나를 다독일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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