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은 고요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췄다. 군대에서 선두로 걷던 그날, 나는 그저 멍하니 발걸음을 옮겼다. 지도에는 길이 그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나무와 풀들이 엉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길을 완전히 놓쳐 버렸다.
발걸음은 점점 불안하게 느껴졌다. 뒤에서 따라오던 동료들의 말소리는 거친 숨소리로 변해갔다. 나는 가슴이 조여 오는 절망을 느꼈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때 뒤에서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향만 맞으면 돼. 그냥 걸어."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발길이 닿는 대로 나뭇가지들을 밀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길 없는 산속에서, 나를 믿는 누군가가 뒤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용기가 되었다.
결국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어쨌든 우리는 길을 찾아낸 셈이었다. 그리곤 뒤돌아 봤을 때, 가슴이 벅찬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지나온 곳에서 발자국들이 무수히 찍혀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곳이 이제는 하나의 길처럼 보였다.
그 세상의 길들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발자국이 모여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길이 없다고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걸었던 누군가가 만들어 온 길이었다. 그 길은 또 누군가를 안내할 것이다.
이 경험은 내게 단순한 산행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삶에서도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보이는 길이 사라질 때 방향을 믿고 걷는 것이 두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발걸음을 내딛는 다면, 세상에는 길이 하나 더 생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길을 따라 또 다른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세상에 길을 남긴다는 것. 처음 걷는 이 걸음은 두려우나, 결국 이것은 소로가 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