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으며

성인 ADHD의 가면 증후군

by 상상혁

오랜 시간 나를 꾸며내며 살아왔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모습으로 나를 포장하고, 부족한 부분은 감추려고 애썼다.


그 모습은 잘 만들어진 조각상 같았지만, 그 안의 진짜 나는 늘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겉으로는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면 쓴 나를 좋아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짜 모습은 가짜 관계를 만든다. 그러나 지금껏 살아온 방식을 한 순간에 바꿀 수는 없었다.


유일하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친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했다. 그날 밤 산책은 유달리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게 내가 ADHD를 가지고 있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을 대하기 어렵다고. 산만함과 부주의함은 단점이고, 그것을 남들에게 보일 수가 없다고.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그래서 네가 그렇게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라며 웃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숨기던 부분이 오히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더 이상 꾸며낸 모습으로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부족하고 어설퍼 보이지만 내가 가진 맨얼굴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은 처음에는 두려웠다. 하지만 조금씩 나를 열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변화가 보였다.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저 함께 웃고, 서로가 행복하길 바라는 진짜 우정들 말이다.

사실, 이 글을 통해 나에 대한 중요한 비밀을 처음으로 밝힌다. 나는 ADHD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단순히 비밀을 밝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용기는 내 삶을 훨씬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나의 이런 과거 덕분에 '가면 쓰는 삶'의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명을 매 순간 갱신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 과정 끝에 있는 것은 가면을 벗는다는 선택일 것이다. 가면을 쓰는 일은 더 좋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고, 그것을 위해 그리도 무거운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알게 될 테다. 가면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면 훨훨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짜 내가 가짜 나보다 더 멋지고 특별하다는 사실을.

당신의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가면을 꾸미지 말고, 얼굴을 꾸며야 한다. 조금 더 멋진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숨지 않는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유일하게 의미 있는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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