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관찰을 통한 탐구를 선도한 인물입니다. 그로부터 시작된 철학의 발전에 제동을 거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바로 소피스트(Sophist)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아테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소피스트들은 주로 수사학과 변론술을 가르치는 교사였습니다. 민주정이 발달하며 설득력 있는 말솜씨와 논리를 구사하는 능력이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소피스트들은 논변에서 이기는 법에 주력했습니다.
소피스트들은 일종의 변호사이자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주된 업무는 고용인이 재판에서 승리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고용인의 옳고 그름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소피스트들은 이에 '옳고 그른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라는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소피스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 바로 프로타고라스입니다. 그가 남긴 문구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Man is the measure of all things.)
이 말은 개인의 주관적 인식이 곧 모든 사물의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에게 차가운 물이 다른 이에게는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사물의 속성이라는 것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르다는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 생각은 이후 철학자들에게 “상대주의” 혹은 “주관주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로타고라스가 인간 주관의 다양성을 부각했다면, 또 다른 소피스트 고르기아스(Gorgias)는 보다 급진적인 주장으로 유명합니다.
1.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2. 존재한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3. 우리가 그것을 안다 해도,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
이 논증은 역사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형식을 가집니다. 전의 문장이 거짓이라면, 뒤의 문장이 참이라는 독특한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거나, 무언가 존재해도 알 수 없거나, 무언가를 안다 하더라도 그 지식은 나만의 것이다.'
프로타고라스와 고르기아스의 회의주의는 세상에 큰 충격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회의주의는 모든 것에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틀릴 수 있다는 의심, 지식도 틀릴 수 있다는 의심, 감각도 틀릴 수 있다는 의심. 그 의심의 결론은 진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리를 좇던 이들에게 진리의 부재는 절망하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회의주의는 이뿐 아니라 아테네의 민주정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믿음은 재판에서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 재판은 말다툼에 불과해지며 언어 구사를 잘하는 소피스트를 고용하면 승리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혼란에 빠진 아테네의 법정에서 한 남자가 소피스트에게 질문을 보냅니다.
"당신들의 주장이 참이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사실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