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내용에서는 현대까지의 철학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더 많은 철학적 담론이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혁신적 기술은 우리의 삶 전반을 바꾸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삶의 편의성 향상뿐 아니라 윤리적·철학적 고민을 필요로 합니다.
AI와 자율성: AI가 판단을 내릴 때, 그 판단에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인간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AI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우리는 AI를 어떻게 통제하고 윤리를 부여할 것인가?
인간 본성의 변화: 로봇공학, 뇌공학,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다움’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기술적으로 확장되는 ‘트랜스휴먼’ 시대의 정체성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논의해야 할까?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정보 활용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사생활’과 ‘정보 통제’는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는지,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통제를 받아야 하는지가 핵심 이슈가 될 것입니다.
기술철학은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동시에 ‘인간과 기술의 이상적인 관계’를 모색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기술철학·정보윤리학·과학기술학(STS) 등이 본격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다뤄왔고, 앞으로도 더욱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이 전 지구적 의제로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넘어선 사유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인간중심주의 극복: 서양 근대 철학은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이해·정복하려 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상호 의존적인 유기체임을 인정하고, 인간의 경제·기술 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재평가해야 합니다.
지속가능성: 현대 환경 윤리에서 핵심적인 개념인 ‘지속가능성’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뿐 아니라 현재 인류의 생활방식을 포괄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생태적 발자국(환경 파괴, 자원 고갈 등)에 대한 철학적·윤리적 고찰이 필수입니다.
동물윤리·비인간존재에 대한 고려: 생태철학은 동물·식물·생태계 전체의 ‘주체성’을 고민합니다. 동물권, 생명권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어떤 존재로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기술·경제의 글로벌화, 금융 자본주의의 확산, 전 지구적 문제(팬데믹, 난민 문제, 지구온난화 등)는 기존 국경이나 이념의 틀을 흔들고 있습니다.
세계주의 vs 지역주의: 국가 주권과 민족주의의 경계가 도전받으면서, 정치학과 철학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 논의해야 합니다. 특히 인권, 난민, 빈부 격차, 탈식민주의 문제 등에서, 범국가적 협력이 필수인 시대를 어떻게 철학적으로 설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인터넷과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졌지만, 동시에 가짜뉴스, 혐오 발언, 여론 조작 등 새로운 문제도 대두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의 합의 과정과 대중 참여의 구조가 왜곡될 위험이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참여’와 ‘공공선’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철학적 토론이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학문은 철학입니다.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철학적 담론이 남았으며,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철학은 시대에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