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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를 마치며

by 프라임 핏

이것으로 최대한 쉽게 쓴 철학사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이 시리즈를 마치며 완독하신 독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괜한 지적 호기심만을 안겨드렸으니까요. 사실 지적 호기심 없이 사는 삶은 편안합니다. 세상에 순응하고, 어느정도 들어맞는 보편성에 의지하여 살아갈 수 있죠. 이 책으로 인해 철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을지도 모릅니다. "이정도 알면 충분해"라며 자신을 속이지 못하게 되실 테니까요.


그럼에도 저 스스로에게도 위안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편안함을 포기한 대신, 우리들은 성장할 수 있게 되었었습니다. 철학사를 훑어보며 느끼셨듯, 인류의 역사는 전통과 개선의 대결이었습니다. 전통에 대해 "이것은 틀릴 수 없어"라며 지적 나태함에 빠진 다수와 그것이 틀릴 수 있음을 의심했던 소수의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 갔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적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지적 나태함에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자금까지 그래왔듯 역사는 한 발짝 더 흐를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은 '한 권으로 끝내는 철학사'같은 책과는 가장 거리가 먼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 권으로 끝내서는 안되는 철학사'에 가까울 것입니다. 흐름에만 집중하는 간단한 책이다보니 빠진 내용이 많거든요. 물론 의도한 바이긴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철학사 공부 다 했어.'라고 생각지 않으셨으면 했거든요. 이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할 시간입니다. 다음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다뤄볼 계획입니다. 각 철학자에 인생에 대한 내용이나 시대별 중요한 이론같은 것에 말입니다. 이때는 흐름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면 더 재밌을 것 같네요.


저는 철학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철학을 공부하며 느낀건 "쓸모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쓸모 없는건 교환되지 않습니다. 타인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쓸모 없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조금 더 쓸모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쓸모없음을 조금 더 채워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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