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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D케터 Oct 25. 2020

새로운 카페의 첫 손님이 되다.

생각하는 D케터의 [일상이多]

가끔씩 찾아오는 한가로운 어느 날의 오후.
새로 오픈한 카페의 첫 손님이 되었다.

우연과 운명이 맞닿는 기묘한 설렘의 순간들은
언제나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기 마련.

무언가의 첫 순간을 함께 맞이 한다는 건
어쩐지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장소든 설렘이
함께 내려앉는 것은 매한가지.


걸음을 옮기다 우연히 발견한 한 카페로
발걸음이 이끌린 것은 첫 번째 손님이 될
운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공간에 대한 첫인상을 짤막하게 말해보자면
'도심 속 작은 유럽을 만난 기분'이랄까.

전부가 아닌, 반쯤 자신을 드러내는 이에게
더욱 신비로움을 느끼듯이
창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내부가 몹시도 궁금했다.

문 위에 붙어있던 노란 종이 위에는
작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10월 25일까지
가오픈'이라고 쓰여 있었고, 꼭 비밀의 문을
여는 것 마냥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 채
천천히 문을 당겨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
잔잔하게 퍼져 나오는 음악도, 여느 카페와는 달랐다.
레트로함과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
'롹'스피릿을 소환해야만 할 것 같았다.



문이 열리던 순간, 이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던
한 여성 분이 환한 미소와 밝은 목소리로 맞이해준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간에 대한 기억에는 언제나 함께 사람이 따라붙는다.
공간 자체의 인상 만으로 기억이 날 수도 있지만,
주로 오래오래 남는 기억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이 카페의 메인 메뉴는 이름도 그 나름의 특색이 있다.
가게의 이름과 분위기에 걸맞게

‘롹떼'가 메인이었던 것.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롹떼'를 주문하려다가
문득 약 때문에 카페인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조금 시무룩 해졌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사장님은
첫 손님을 위한 '특별 커피'를 만들어주신다고 했다.



커피 향이 가게를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하면
새로운 땅을 밟은 여행자처럼
구석구석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하니까.



보기에는 정갈하고 차분한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강렬한 열정이 느껴진다.



사장님의 자세한 삶의 이야기는 어떨지 모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서는 행복의 냄새가 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커피와 롤케이크의 등장.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커피와 롤케이크의 따스한 달달함의 조화가 꽤나 훌륭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의 커다란 구름을 베어 문다면 꼭 이런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언제나 행복한 순간이 지나가는 것들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 아쉬움 덕분에
더욱 빛나는 추억이 생긴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좀 더 성숙한 재회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오고 싶은 이 공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첫 순간을 함께하고
재회를 약속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행복을 나눠주고 싶은 사람들과
꼭 다시 와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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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D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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