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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림 Oct 18. 2022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모임

우당탕탕 독서모임 시작하기(2)


그렇게 흔한 독서모임은 만들고 싶지 않잖아?



독서모임을 만들고 두어 번 진행해보니 한번 나오는 사람은 많지만 그 이상 정착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자율적인 모임의 한계일까. 아니면 모임의 부족한 점이 그들의 발목을 잡은 걸까. 참가도 탈퇴도 쉬운, 단발성의 모임이다 보니 그 변덕을 예측하기란 일주일 뒤의 일기예보와도 같았다. 관계에 대해 무던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일주일 전에 웃으며 재밌게 얘기했던 분이 말없이 나가는 것을 두고 보는 것은 꽤 상처가 됐었다. 마냥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돼 침몰하지는 않았으나 허우적거리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간 사람의 이유를 남아있는 사람에게서 찾으려 하지는 않았다. (누구의 탓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내 탓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변화는 필요한 법이고 그렇기에 어떤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를 운영진들과 생각하게 됐다. 이번 글은 그 흐름을 따라 하나씩 세부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1. 참석비


우리가 참석비를 받으려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소모임 어플로 사람들을 모집하려고 보니 정기구독식으로 매달 돈을 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며 비용이 발생했다.

회원의 노쇼가 자주 일어났다. 


그렇기에 우리는 참석비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천 원만 받기로 했다. 우리 모임의 타깃은 직장인이었기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하지만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는 말을 믿으며 거두기 시작했다. 따라서 천 원이지만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돈을 낸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참여하시는 분들이 다들 잘 따라주어 감사한 부분이다. 일 년이 지나고 피드백을 들어보니 운영진은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데 똑같이 회비를 내야 하냐에 대한 부분이 나와서 참석비를 받지 말자는 특혜를 주기로 결정했다. 


참석비는 카카오의 모임통장을 활용했다. 마냥 모임장이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영진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모임통장에는 모든 운영진들 또한 속해있다. 가장 좋은 점은 설령 모임장 이어도 비용을 쓰면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의 돈이기에 투명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2. 독서기록지


손재주가 많으신 운영진의 재능 기부를 통해 독서기록 종이가 만들어졌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는지, 책의 내용은 무엇인지, 기록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함께 말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를 정리할 수 있는 A5 크기의 기록지이다. 사람들이 꽤 맘에 들어했는데 이 모임 자체가 책을 접해보지 못했던 분들이 읽어보려고 오는 곳이기에 간단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다. 물론 종이를 항상 뽑아 다니셔야 했던 수고로움과 종이값, 인쇄비를 덜어드리기 위해 처음부터 뽑아와 주시는 운영진의 참여비는 받지 않기로 했다. 이 종이는 잘 사용되다가 1주년 이후 회의를 통하여 쓰지 말자고 결정 났다. 이 종이를 들고 다니는 것에 강제성을 부여하게 된다면 운영진이 주말 아침에 챙기는데 너무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신 가이드라인을 다른 식으로 적용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음에 나오는 쿠폰과 도장 부분에서 설명할 것이다.




3. 쿠폰과 도장


아이디어 뱅크이신 운영진의 도움으로 쿠폰제를 도입했다. 카페나 음식점도 아닌데 무슨 쿠폰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다른 모임과는 다른 특별함으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 쿠폰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쿠폰이 맞다. 

1세대 쿠폰



매우 서정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분위기를 목표로 이런 모양을 만들었다. 회원분들 또한 이 쿠폰을 매우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며, 도장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나와주셨다. 별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만족을 하니 운영하는 입장에선 여간 뿌듯한 게 아니다. 도장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조그만 수고로움을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을 뿌듯함을 전달받는다. 지갑에 넣어 다녀도 되고 책갈피로 사용해도 되니 도장 인증 이외의 사용법 또한 무궁무진하다.



2세대 쿠폰



1주년을 맞아 쿠폰을 리뉴얼했다. 1세대 때 만들어주셨던 운영진 분과는 다른 운영진분의 재능기부로 인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세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져가는 것으로 조금 더 우리 모임의 이미지는 확고해졌다. 

이젠 사공이 많기에 조금만 엇갈려도 배는 산으로 가곤 했었다. 나름 중도에서 조율한다고 했지만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의견을 두고 소통하는 것이 어찌 쉽기만 한 일이랴.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고 나에겐 과제로 다가왔다. 다행인 점은 어쩌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는 점. 여하튼 다시 쿠폰 얘기를 더 하자면, 이 쿠폰이 나오기 전에 하나의 실패한 비운의 쿠폰이 있었다. 정말 잘 만들었고 이뻤지만 모임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쿠폰을 폐기하며 나는 많은 아쉬움을 뒤로했다. 그러면서 여러 논의의 과정을 거치며 나왔기에 쿠폰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모두가 만족해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3세대도 6개월 정도 후에 나오게 되었지만 이에 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막상 독서모임을 만들고 두어 번 진행해보니 우리 모임은 다른 게 뭘까 계속 고민하게 됐다. 조금은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에 더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제는 역시나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에 더 특별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같이 생각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있기에 더 큰 뿌듯함을 가지게 되고 힘든 과정을 감내하게 된다. 우리 모임의 특별함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다음 글에서 또 흔하지 않은 독서모임을 위한 방법을 공유할 것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참고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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