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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림 Sep 29. 2022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우당탕탕 독서모임 시작하기(1)

그래서 뭐부터 해야 하는 거야?


전편에서 말했듯 독서모임을 만들어보자고 결정을 하고 보니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어디서 회장 같은 직책이야 맡아본 경험이 있을지라도 모임을 0부터 구성해서 만들어나간 경험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크게는 국가적으로, 작게는 가족이나 학교, 직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미 구축된 모임에 들어가 활동하게 된다. 그렇게 안주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만들기엔 소극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일련의 생각들로 인해 새로운 모임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독서모임은 어떨까?



출처 :  통계청,「사회조사」각년도

오른쪽의 그래프는 13세 이상 인구의 1년간의 독서 여부에 대한 지표이다. 학생 및 재수생이 읽는 교과서 및 학습참고서는 제외한 결과이며 이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시국에 독서모임을 만들어본 경험을 과연 몇 명이나 해봤는진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독서모임을 구성하는 순서를 5가지로 크게 나눴다.


1. 모임 시간과 장소

2. 진행방식

3. 모임 이름

4. 역할

5. 참여자


하나의 모임을 만들기 위해 잔가지들은 치고 굵은 가지만 남겨놨다. 나름대로 정리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정답도 없는 문제이고 무언가를 따라 하지도 않았기에 모임을 만들며 이건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을 적었다.




모임 시간과 장소


가장 먼저 모임을 시작하려 하니 우리가 언제 어디서 모이냐를 정해야 했다. 이 부분은 의외로 쉽게 결정이 났는데, 전에 했던 모임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 모두 주말 아침이라는 부분에 특별한 메리트를 느껴 모였기에 토요일, 일요일 아침 9시에 모이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8시 모임에서 모였던 카페인 여의도 투썸을 선택했다. 이 투썸은 24시였기에 아침에 넉넉하게 도착해도 열려있기에 주말 아침을 열기에는 어디보다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진행방식


다음으로 진행방식 또한 전 모임에서 조금 참고했다. 그냥 단순하게 [읽는다] [얘기한다]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중구난방으로 진행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우리는 기준이 되는 시간을 정했다. 9시에 모여 간단히 소개와 아이스브레이킹을 한 뒤 10시 반까지 책을 읽는다. 그리고 12시까지는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간단한 부분이지만 꼭 나눠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라 따로 적었다.

실제로 회원들이 모이는 카톡방에 공지는 이런 식으로 적었다. 모임을 주도하는 운영진이 있는 이상 성향에 따라 모임의 세세한 부분은 달라질 예정이라 전체적으로 간단히만 정해놨다.






모임 이름


무슨 아직 시작도 안 한 모임에 이름이 필요한가 싶지만 우리는 안되더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기에 거창하게 정하게 됐다. 사실 모임 이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막상 무언가를 떠올리려 하니 창의적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름을 정하기 전까진 주말 아침 독서 모임이라고 적었다. 결국 우리가 회의하는 그 순간 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기에 시간을 들여 몇 가지 생각해보고 그중에서 고르기로 했다.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며 의견을 구했다. 그러던 중 회사동기가 "오지는 여의도 독서모임"을 줄여서 [오도독]은 어떠냐고 추천해줬다. 오진다라는 표현이 다소 마음에 들진 않았기만 오도독이라는 단어는 꽤나 입에 착 감겨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진다는 표현을 놔두고 내 맘대로 [오늘, 여기 여의도 독서모임]이라고 적어서 투표를 하게 됐다.

내가 낸 독서모임 이름 후보

오른쪽의 사진은 내가 생각한 이름 후보들을 열거한 것이다. 유치하게 생각했던 것들이라 밝히기엔 부끄럽지만 내 삶에서 그래도 최고로 창의적이려 노력한 순간이라 생각하기에 있는 그대로 올렸다. 역시나 오도독이라는 이름은 창의적이라고 칭찬을 받았고, 뜻은 너무 감성적이지 않나 해서 조금은 간결하게 오늘도 독서모임으로 바꾸기로 했다. 좋은 이름을 정하도록 도움을 준 동기에겐 계속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독서대도 선물로 줬다.



역할


모임을 하자!라고 결정하고 가장 먼저 정한듯하다. 3명이었기에 세분화해서의 역할은 정할 순 없었으나 꼭 필요한 부분에서의 역할은 정했다. 


모임장: 회원 모집, 관리, 공고, 일정관리, 단톡 관리 등 총괄

서기: 유인물 만들기, 쿠폰 만들기, 도장 찍어주기, 사진 업로드 등

회계: 참가비 및 지각비 걷기, 공금관리


당장 필요한 세 가지의 역할을 각자 나누긴 했지만 무조건 선을 지켜서 진행하기보단 서로서로 도와가며 진행하기로 했다. 서로 도우기로 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감투는 감투라 모임장이라는 자리가 나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쥐뿔도 없는 내가 뭐라고 이런 자리를 맡아서 실망을 안겨주고, 불편함을 안겨주고, 책임을 떠안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이 부분은 뒤에 더 말하겠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의미 있는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모임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모임을 만들어나간다는 것.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 모임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실시간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참여자


자, 이제 내가 생각한 큰 틀에서의 마지막 단계이다. 모임에 필요한 부분들을 우리들끼리 구상했지만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먼저 기존의 독서모임을 접했던 [소모임]이라는 플랫폼을 당연하게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소모임 어플에 모임을 등록하는 것으로만 사람들이 참여를 해주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모임뿐만 아니라 당근 마켓 동네 소식에도 게시글을 올렸다.

당근 마켓 대화방

여의도에서만 진행을 하는 모임이라 무엇보다 동네 커뮤니티를 찾았었는데 소모임과 당근 마켓은 그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어 가까운 거리의 동네 사람들이 한 명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러 루트를 통해 연락 온 사람들을 마지막엔 하나의 오픈 카톡방에 모았다.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반응은 뜨거웠다. 코로나 모임 규제로 인해 4명씩 밖에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9명 정도를 신청해주어서 3:3:3으로 모임을 쪼개서 진행할 정도로.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허술한 모임에 다들 왜 왔었던 걸까.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매끄럽게 진행되진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느끼고 있듯, 이렇게 정한 것들은 매우 허술하다. 매 순간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고, 또 그만큼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꽤나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어도 변수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또 허둥지둥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그 모든 일에 당면하며 때로는 눈치로, 때로는 함께, 때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순간을 보게 된다. 공동체는 유기적이며, 공동체를 이루는 우리는 선택하기보다 흐름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려 애썼다. 무엇하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모든 일에 대해 자책하기보다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건 이런 관점으로 모임을 바라봐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같이의 가치"라는 문장을 굉장히 좋아한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함께한다면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한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만 세 겹줄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내'가 '우리'로서 존재한다면 못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같이의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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