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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림 Dec 11. 2022

지금 쓰는 명함이 나오기까지

우당탕탕 독서모임 시작하기(3)


우리 자기소개부터 하고 시작할까요?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서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임의 큰 특성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인원은 150명이고 그마저도 오며 가며 사람이 바뀌기에 오래 나오는 몇몇 회원을 제외하곤 처음일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모여 책과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서 가볍게 얘기하기 위해서 자기소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모임장인 나조차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어색하다. 하지만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나면 어색함으로 가득 찼던 모임도 어느새 친밀함이 싹튼다. 물론 이 친밀함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에 최소한의 것일 뿐이다. 내가 진행하는 모임에서는 별다른 내용을 넣어서 소개하지는 않는다. 의미 있는 내용이라곤 이름뿐. 그 외의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이름을 소개받으니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내 머리를 혹사시켜도 다 기억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면 안 될듯해 모임에 참여하기 전 함께할 회원분들의 이름을 미리 보고 가기도 했다. 역시나 그 잠깐뿐. 모임을 하는 도중에 잊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회의를 통해 이름표를 붙이기로 했다.



1. 이름표




간단히 붙일 수 있는 포스트잇으로 하기도 하고 어떤 운영진은 개인적으로 세우는 메모지를 사 와서 나눠주기도 했다. 우리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노력이 잘 보였는지 회원들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 개인적으로 따로 사온 운영진의 이름표는 다들 계속 들고 다니며 쓸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너무 귀여워서 나도 얼른 하나 받았다) 이름표는 획기적이었다. 안 그래도 매번 처음 보는 사람이 많아서 책 얘기만 하다가 끝나는 모임에서 이름을 부르며 하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라도 생긴 건지 조금 더 서로가 친밀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2. 로고


우리끼리 모은 디자인 의견들


여태껏 우리는 기본 이모티콘을 '오도독'이라는 단어 옆에 붙이곤 했다. 워낙 개성 있는 이름이기에 그마저도 괜찮았지만 어느덧 우리의 정체성을 단순하지만 개성 있는 로고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일어났다. 로고에 대한 부분도 운영진 회의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진행해보자고 결정이 되었다.


하지만 운영진 중에는 아무도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은 없었고 외주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몇 명의 디자이너와 가격 등을 책정하고 진행하기 시작했다.


예산이 정해져 있다 보니 너무 비싼 금액으로 외주를 맡기지는 못했다. 회의를 통해 합의 끝에 5-7만 원 정도면 괜찮겠다는 결론에 도출했다.



그러고 우리는 로고를 디자인할 곳을 몰색하기 시작했다. 찾을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외주전문 플랫폼인 크몽, 숨고, 원티드 긱스 등 찾아보기도 했고 직접 인터넷에 검색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운영진의 지인이 연락이 되어서 그분에게 디자인을 맡기게 됐다. 지인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일단 가장 큰 단점은 이 디자인이 맘에 안 든다고 세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장점은 필요한 만큼 적정선에서는 수정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이 부분은 미리 협의가 됐다) 그래서 처음 마음에 안 들더라도 수정을 해달라고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디자인 작업이 시작됐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로고 시안을 받게 됐다.

첫 시안


로고 시안을 받고 다시 피드백을 모으기 시작했다. 캐릭터는 어땠으면 좋겠고 책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고 등등을 다시 한번 디자이너에게 주고 이제부턴 세심하게 디자인을 변경해갔다. 이때는 운영진이 10명이었어서 모두의 의견을 통일할 수는 없었고, 투표를 통해 최대한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갔다. 돈이 나가는 외주라 그런지 모두가 유독 열심히 해주셔서 귀여운 로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완성된 오도독 로고


완성된 로고는 우리의 요구에 가장 근접했다. 귀여우면서 간결하고 오도독 씹는 느낌과 독서하는 느낌까지. 심지어 오도독의 초성인 'ㅇㄷㄷ'으로 만든 의미까지 뭐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물론 모두가 이만큼 만족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 개인적인 감성으로만 본다면 대만족이다.










3. 다시 쿠폰


자, 이제 로고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의 것이 하나하나 생기는 것에서 상당한 뿌듯함을 느낀다. 특정하게 장소적인 의미가 있는 모임이 아니어서 더욱 우리의 것에 집착을 하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오도독의 정체성이 확립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진이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독서 기록지도, 명함도, 도장도, 이름표도. 독서를 더욱 자유롭게 하고자 운영진으로 수고해주시는 분들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책을 더 자유롭게 읽기 위해 운영진을 했으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로 종종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꼭 드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포기할 건지를 회의에서 다루게 됐다. 운영진으로서 이 정도 부담은 져야 한다는 입장과 너무 많고 대다수가 쓰는 것도 아닌데 독서 기록지 같은 건 안 드려도 될 것 같다는 입장 등 많은 말이 오가는 가운데, 내가 들고 다니는 게 싫어서 그런 건지 모임 진행에 영향을 주게 돼서 그런 건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분위기도 후끈하게 과열됐다. 결국 합의점을 찾은 것은 [주고 싶은 운영진만 들고 다니자]였다. 하지만 이 결론이 시원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에 조금 더 생각한 결과 [만든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명함을 새로 만들자]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그래서 이전에 작업한 로고와 명함, 독서 기록지, 이름표를 합친 우리만의 명함을 제작했다. 제작은 운영진 중 한 분이 재능기부로 진행해주셨다. 



드디어 3세대 쿠폰이라고 불리는 쿠폰이 완성되었다. 우리 모임의 분위기와 소개가 앞장에 들어갔고 뒷장에는 이름을 적어 세워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운데는 출석체크를 할 수 있으며 기록은 못하지만 독서를 하고 나눌 수 있도록 간단한 가이드라인도 들어갔다. 회원들도 디자인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해주셨다. 한 가지 아쉬워하는 점은 명함사이즈보다 조금 더 커서 지갑에 들어가지 않는 것. 지금은 회원들이 책갈피로 많이 사용해주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태나 내용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다음부터의 명함은 이 포맷을 따라갈 것 같다.








독서모임은 유동적이다. 무엇보다 즉각적이며 그것은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일련의 과정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세스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며, 그것은 모임이 1년 6개월이 넘는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나와 운영진들은 모임을 더욱 좋은 쪽으로 이끌고 가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과정 중에 많은 회원이 떠나곤 한다. 한 번도 참여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오도독의 어떤 모습을 보고 떠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더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론 접점이 없는 이상 그들에게는 영원히 묻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부디 헛되지 않길 바랄 뿐.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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