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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심슨 Feb 16. 2020

살까기

시집살이 개집살이 25

나는 키가 작다. (158cm) 얼굴이 동그랗고 목이 짧은편이라 살이 찌면 티가 금방 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살이찌면 얼른 빼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마른 몸매를 유지할 각오는 없어서

내 키에 50kg만이라도 유지하려고 아등바등한다.

결혼하고 나서 신랑과 야식의 향연을 즐기다보니 2키로 정도가 훌쩍 쪄버렸다.

여기서 더 찌긴 싫어서 그때부터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백미를 줄이고 현미밥을 먹고, 저녁을 절식하며 홈트레이닝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는 말했다.


“아유! 네가 뺄데가 어딨다 그래! 괜찮아! 살은 은정이가 빼야돼!”


시누이는 아기를 낳고 살이 많이 쪘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내 눈에는 예전과 크게 다를게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시선이니 그럴것이다. 살이 쪘다는 압박감은 본인이 가장 잘 느낀다.

나도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니까.


시어머니는 내가 다이어트를 위한 노력을 할때마다 괜찮으니 먹으라고 타박을 했다.

나는 안그래도 음식을 참느라 예민한데 자꾸 괜찮다는 말씀을 하시는게 듣기 싫었다.

내가 안괜찮다구요 내가~! 하고 속으로만 외쳤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숙변 제거를 위해 변이 잘나오는 다이어트 알약을 먹었다.(흔히들 말하는 초록이)

시어머니는 내게 그게 뭐냐고 물었다.


“이거요? 이거 똥 잘나오게 하는 약이에요. 다이어트식 계속 먹다보면 변이 잘 안나와서요...”


“얘, 그런거 막 먹어도 되냐.”


“자주 먹진 않아요. 그래도 저 결혼하기전에 이거 먹고 2kg 뺐어요! 드레스 입으려고요”


“..그래? 그건 인터넷에서 파는거냐?”


“이거 올리브영 같은데도 팔아요.”


“...그래..?”


시어머니는 내 말을 듣고 솔깃하셨는지 안방으로 들어가 시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목소리가 크셔서 안방에서 전화해도 내용이 다들린다. 내용을 듣자하니 시누이에게 올리브영에 가서 초록이라는 걸 좀 사다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리사는 그거 먹고 2kg 뺐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런데 시누이가 지금 밖에 못나간다고 했나보다. 하기사 그 날은 비바람이 무지 많이 불고 간간이 천둥까지 치던 날이었다.

시어머니는 시누이와 통화를 끝낸후 갑자기 옷을 입고 우산을 챙기셨다.


“어머님, 어디 가세요?”


“..나...잠깐 밖에 좀...그거 올리브 영에 판다고?”


“네...근데 지금 나가시게요? 날씨 엄청 안좋아요!”


시어머니는 내 말에 대꾸도 안하고 밖으로 나가셨다. 딸내미에게 줄 초록이를 사기 위해....

내 눈엔 시누이의 몸매는 출산전과 크게 다를게 없어보이는데...시어머니의 눈과 엄마의 눈은 다른가보다.

나는 시누이가 어머니의 정성을 봐서라고 꼬옥 살을 빼길 기원했다.

초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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