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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심슨 Mar 01. 2020

시어머니의 편식

시집살이 개집살이 27

나는 편식을 존중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을수도 있고, 안좋은 트라우마가 있을수도 있고,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오이를 못 먹는 사람은 슈퍼 미각 유전자를 가져서 그런거라는 기사를 본 이후로는 더더욱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의 편식은 싫다.

혹시 ‘시’가 하는거라 부들부들한건 아니냐고? 글쎄다...


우리 시어머니의 식성은 별식을 좋아하시는 편이라, 단순히 찌개, 국, 김치, 반찬으로 차려진 식사는 선호하지 않으시고

떡볶이,까르보나라, 돈까스, 칼국수 같은 한번 밖에 못 해 먹는 메뉴들을 좋아하신다.


출근하면서 가족의 끼니를 만들어야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여간 짜증나는게 아니다.

나는 김치 콩나물 국이나 쇠고기 무국, 육개장, 갈비탕 등을 한 솥 끓여놓고 이틀정도 버티려 하는데 (팩에 든걸 사서 끓여놓는게 아니고 직접 재료 사다가 요리해서 끓여놓는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해놓으면 한번만 대충 먹고는 두번째는 드시질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라면을 끓여 드시거나 집에 먹을게 없다고 궁시렁되신다.

한정된 식비로 생활해야하는 것도 있었기에 시어머니의 그런 편식이 너무 싫었다.

그래놓고 본인은 편식 안한다고 하신다.


시어머니의 편식은 그 날 메뉴에 따라 더욱 노골적이다.

내가 그냥 국에 반찬만 차린 날에 저녁 드시라고 부르면


“엄마는 저녁 안먹어, 살쪄.”


라고 단호박을 부리신다. 결혼 초에는 시어머니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래서 저녁 드시라고 부르는 신랑에게


“어머님 이제 저녁 안드신대.”


라고 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부리나케 나와서는


“너네는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하냐! 오늘 칼국수인데 내가 먹어야지 그럼!”


하고 소리치셨다.

몇 번 그 패턴이 연속되자 나는 이제 저녁 드시라고 말하지 않고


“...어머님 오늘 저녁 드실꺼에요?” 라고 묻는다.


그러면 우리 시어머니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오늘 저녁 뭔데?”


여기서 본인이 좋아하는 메뉴면 ‘그럼 한 젓가락만 먹어야지~’ 하시고 본인이 안좋아하는 메뉴면 ‘니들끼리 먹어.’하신다.


엄마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밥상에 자식이 반찬 투정하면 한대 쥐어 박고 싶어진다던데...

나도...진짜 ..아오..확...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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