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Sep 23. 2020

니가 사는 그 집

시집살이 개집살이 32

우리 부부의 방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앞쪽이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화장실이 있다.

다른 방 하나는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침이면 나와 신랑이 출근하기위해 그곳에서 분주히 준비를 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집에서 제일 큰 안방은 시어머니가 쓰시고 계신다.

사실 시어머니가 큰 방을 쓰신다고해서 내가 섭섭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딱 한번 안방을 내가 썼으면 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 날은 우리 부부가 둘다 늦잠을 잔 날이었다.

간단하게 머리만 감고 옷만 입는 신랑과 달리, 나는 머리도 감고, 화장도 해야했다.

그래서 평상시 아침에는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내가 먼저 씻고, 신랑이 씻었다. 하지만 그날은 신랑도 늦잠으로 경황이 없었는지 자기가 먼저 들어가서 씻었다. 나는 화장실 문 밖에서 먼저 들어가면 어떡하냐고 책망을 했지만, 이미 머리에 물기를 듬뿍 묻혀 놓은 신랑을 나오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다 못한 시어머니가 말했다.


"리사야 엄마 방 가서 씻어~"


시어머니의 말에 나는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시어머니 방 화장실에서 씻는것도 그렇지만, 씻고나서 욕실정리에 신경을 써야될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지각 앞에 찬밥 더운밥이 어딨으랴.

나는 안방 화장실에서 파워 머리감기를 했다. 너무 급해서 린스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화장실 바로 앞에는 시어머니의 화장대가 있었다.

나오자마자 드라이기를 들어 머리를 말리는데...별거 아니지만 그게 그렇게 편할수가 없는 거다!

세상에, 항상 씻고 나서 물기 뚝뚝 흐르는 머리를 수건으로 최대한 감싸올리고 옷방으로 갔는데...

나오자마자 화장대에서 머리를 말릴수 있다니! 게다가 세수하고 땡기는 얼굴에 바로 스킨을 바를수 있다니..!


이러한 혁명적 편의성에 처음으로 안방이 탐났다.

어른이니까 당연히 안방을 써야 한다는게 너무나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고, 그 당연함이 시어머니의 이기심으로 느꼈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나는 이미 시집살이 개집살이를 하고 있는 처지인것을...

그날 나는 출근하는 차안에서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집>을 들었다.


어머'니가 사는 그 방'~ 그 방이 내 방이었어야해~~~~


작가의 이전글 시댁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