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말은 아니다. 요즘같이 국제화된 식당과 밀키트들이 넘쳐남에도 종내에는 한공기 뚝딱 할 수 있는 밥을 찾는게 한국인들의 본능 아닐까.
결혼해서 처음으로 밥을 할 때. 나는 친정에서 먹던 스타일 그대로 찹쌀과 쌀을 섞은 진밥을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우리 신랑과 시어머니는 나와는 전혀 다른 된밥파였다. 쌀알이 조금씩 뭉쳐다니며 낟알이 느껴지는 정도의 된밥. 나는 이게 너무 어려웠다. 진밥이야 쌀을 잘 불려서, 물도 적당히 맞추면 뚝딱 완성됐는데..된밥은 여태 해본적이 없으니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진밥을 먹던 내 모든 세포가 물을 자꾸만 진밥 할 물만 개량했다. 몇 번이나 시도해도 내 손끝에서 지어진건 찰진 진밥이었다.
사실 신랑과 시어머니의 취향이 어떻든 내가 좋아하는 거니 밀고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밥으로 한 날은 밥통에 밥이 좀처럼 줄지 않고 꾸덕하게 굳어갔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신랑이 된밥을 좋아하는게 사실이니...이왕이면 맛있는 된밥을 해주고 싶었다. 나는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나름 요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기본인 밥부터 다시 공부해봤다. 쌀은 너무 오래 불리지 않고, 물은 쌀이 보일듯 말듯한 정도만....오케이!
마치 드라마 <대장금>에서 최고상궁 경합을 밥으로 벌이던 한상궁이 된 기분이었다. 거기서 보면 한상궁은 생각시 시절부터 같이 자라왔던 동료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진밥과 된밥이 모두 한 솥에 나오게끔 만들었다. 나도 한번 해보자! (for 신랑)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적당히 찰지면서 부스럭한 진된밥(?)을 완성했다.
압력 밥솥을 열고 주걱으로 밥을 고르면서 스스로 감탄을 했다. 와, 오늘 밥 진짜 잘됐다.
모락모락 김이오르는 밥 한공기를 퍼서 온 식구가 먹었다. 신랑은 밥이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시어머니의 반응도 궁금했다. 시어머니도 밥이 끝내주게 잘됐다는걸 인정하는 눈치였다. 연신 밥을 퍼 드시던 시어머니가 한마디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