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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심슨 Jun 13. 2023

그 시절 내가 사랑한 음식 #3

미역국

나는 미역국을 좋아한다.

카레나 곰국처럼 한 솥 끓여놓고 매끼마다 먹어도 왠만해선 물리지 않는다.

출산후에도 미역국이 지겨워 쇠고기 뭇국이나 콩나물국을 해먹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 맛있는게 왜 질리냐며 매끼 미역국을 맛있게도 먹었다.


제일 좋아하는건 성게 미역국.

언젠가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아주 맛없는 음식점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다른건 몰라도 곁들임 국으로 나온 성게 미역국은 환상이었다.

그때 다시한번 성게님(?)의 위력을 알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노멀한 쇠고기 미역국이고

가끔 해먹는 북어미역국도 시원하면서 별미다.


이렇게 좋아하는 미역국도 가지각색인 나.

그중 제일 맛있게 기억되는 미역국이 있었으니 바로 찜질방 미역국이다.

요새는 찜질방도 워터파크 수준으로 잘돼있어서 미역국보다 더 맛있는 음식들을 파는지도 모르겠는데

나때는 미역국이 찜질방 푸드 4대천왕중 하나였다(적어도 우리동네에선..)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의 찜질방은 친구들과 합법적으로 만나는 놀이공간이었다.

친구들과 찜질방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귀가 시간이 조금 늦어지는게 허락됐었다.

찜질방 갈때 가지고 가는 돈은 단돈 만원.

입장료 및 찜질복을 사는게 6-7천원 정도 했다. 그러면 3-4천원 정도의 돈이 남았다.

문제는 이 돈으로는 찜질방내 식당에서 사먹을수 있는게 계란과 음료수 정도뿐이었다.

숟가락 놓으면 당떨어지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계란과 음료만으로 배가 찰리 없었다.

게다가 찜질방에 들어가자마자 미역국 냄새는 어찌 그리 풍기는지...

배가 안고프다가도 고파졌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그때 미역국 정식은 7-8천원 정도 했던것 같다.

오징어 젓갈, 오뎅 볶음, 배추김치 정도의 간단한 밑반찬이 나오고

미역국과 공깃밥 한 그릇이 나오는 구성이었다. 

여자애 셋이 남은 돈을 모아서 미역국 백반 하나를 시켜 먹으면 정말 밥풀 하나 안남기고 다 먹었다.


그때의 미역국은 식당에서 대량으로 조리해서 그런지 굉장히 진한 국물맛이 났다.

그리고 식당 음식답게 미원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감칠맛이 장난 아니었다.

찜질 한번으로 땀한번 쪼옥 빼고나면 몸은 더운데 미역국을 먹으면 시원할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은 엄마와 찜질방을 갔을때 미역국 정식을 시켜달라고 졸라서 정식 하나를 나 혼자 먹어봤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맛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함께 먹을때의 그 맛 말이다.


그리고 한번은 친구들과 성인이 되어서 찜질방에 갔다. 

성인이니 1인 1미역국 정식이 기본 아니겠는가. (돈까스도 시킴) 

우리는 요상한데서 우리가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하며 미역국 정식을 먹었다. 

"야, 기억나? 우리 옛날에 이거~"하며 추억을 반찬 삼아서 후루룩 쩝쩝.

근데 이상하게도...정말 이상하게도..이번에도 그 맛이 아니었다.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미역국 국물을 조금씩 남겼다.

우리는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한 사람당 한그릇씩 먹어서 그런가? 그때처럼 맛있지가 않네."


"그때는 성장기에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였으니까 그런거 아냐?"


"음...같이 먹어서 그런거 아닐까? 나 맨날 학교서 라면 부숴먹다가 집에서 혼자 부숴먹어봤거든? 근데 그것도 혼자 먹으니 학교에서 먹던 것처럼 맛있지가 않더라."


"아~! 맞아! 라면 그렇게 부숴 먹으면 진짜 맛있었는데!"


"스프도 손가락으로 찍어서 다 먹었잖아"


우리는 미역국 맛의 변질 원인을 분석하다가 다른 추억을 소환했다. 궁상맞은 추억들이었지만 맛있는 기억들로 변해 있었고, 그때의 그 맛의 비결은 "함께 먹어서" 라는 결론을 낼수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성게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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