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46
무사히 출산을 하고 난뒤,
나는 출산이 여자의 몸을 몇 년씩 늙게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동안은 주변 지인들과 미디어에서 여러 차례 들었어도 직접 겪은것이 아니다 보니 실감하지 못했는데..
세상에 몸이 어찌나 무거운지 물먹은 솜같았다.
내 몸임에도 내 마음대로 할수가 없었다.
부지런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싶어도 체력이 따라주질 않았다.
다행히 조리원은 신랑이 진작 좋은 곳을 예약해줘서 푹 쉬다 왔지만
집에와서는 온몸이 뻐근했다. 아기를 보느라 잠을 못자니 더욱 그랬다.
시어머니는 산후도우미 분이 오시는 2주 동안은 시누이네 가서 지내기로 하셨다.
산모나 산후 도우미가 불편할수도 있으니 내리신 결정이었다. 나도 큰 불만은 없었다.
어느 날 혼자 아기를 안고 수유를 하는데 문득 손목이 욱신거렸다.
갑자기 옛날에 시누이가 출산을 했을때 시어머니가 시누이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은정아 너 애기 낳았으니까 절대 무거운거 들거나 무리해서 손목 쓰면 안된다. 애기도 되도록이면 안지마. 알겠지?"
아, 이래서 손목을 쓰지말라고 한거였구나 싶어서 나도 최대한 손목 아대를 하고 아기를 안았다.
무거운 것을 드는것이나 무리해서 손목을 써야 하는 일들은 자중하거나 신랑에게 부탁했다.
얼마뒤 시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나는 아기를 안고 보여드리다가 문득 손목에 통증을 느꼈다.
"아고..손목이 또 아프네 휴..여보, 유리 좀 안아줘요."
신랑은 냉큼 와서 아기를 안았다. 시어머니는 그걸 보고 말씀하셨다.
"너는...벌써부터 손목이 그렇게 아프면 앞으로 애기를 어떻게 보니?"
듣자마자 내 동공이 떨렸다.
대단한 온도차이가 나는 말에 나는 시집살이가 끝나고 이제 개집살이가 시작되었음을 알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