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May 19. 2022

임신 때 들은 시어머니 잔소리

시집살이 개집살이 36

임신 때 들은 시어머니 잔소리

임신때 서럽게 한건 수십년이 지나도 잊혀질수가 없다던데 나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있다. 

임신 초기 무렵. 국을 푸는데 그릇 하나가 이가 빠져있었다. 나는 것도 모르고 국을 퍼서 내 자리에 놨다.

국을 한입 먹으려는데 시어머니가 외쳤다.


"안돼!"


긴박한 말투였다. 어머니는 냉큼 내 국그릇을 뺏어가셨다. 나는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리사야, 절대 이런 깨진 그릇이나 컵에 뭐 담아 먹으면 안된다. 특히 임산부는 절대 안돼!"


시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알고보니 임산부가 모난 그릇이나 깨진 그릇으로 음식을 먹으면 뱃속 애기 얼굴에 흉이지거나 못나게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더라.


또 한번은 신비 복숭아가 맛있어보여 주문했다. 내가 외출한 동안 배송됐는데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보니 복숭아가 생각보다 적어보였다. 한 소쿠리정도가 안방 베란다 쪽에 가있었다. 나는 시어머니가 식탐이 생기셨나 싶었다. 저렇게 자기꺼만 따로 골라다가 쟁여놓고 드실셈인가? 흥흥 하고 속으로 샐죽거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안방 베란다 속 신비 복숭아는 조금 흠이 있거나 모양이 못생긴 모양만 담겨있었다. 문득 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서 시어머니가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리사야 이제 예쁜것만 보고 예쁜 것만 먹어야 한다."


못생긴 복숭아들은 그렇게 시어머니 입으로 들어갔다.


또 한번은 내가 입덧이 수그러들었을 무렵이었다. 입덧은 잠잠해졌지만서도 땡기는게 어쩜 

햄버거, 피자,치킨,과자, 초콜릿,단 우유 등의 것들만 땡겼다. 너무 육덕지고 자극적인것만 먹나 싶어서 스스로 뜨끔하긴 했는데. 그동안 입덧하느라 제대로 못먹었으니 이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책상 위에 왠 편지가 놓여있었다. 


실제 당시에 시어머니가 쓰신 편지

편지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군것질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 입이 얼마나 근질거리셨을까 평소에 필터링 없이 말하시는 양반인데...이렇게 편지로 정리해서 쓰신걸 보니 임신때 잔소리로 자칫 설움을 줄까봐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친구한테 편지 사진을 보내줬더니 친구가 말했다.


"어머, 얘 너 이 편지 읽고 서운했겠다!"


흠...글쎄? 여하튼 두고두고 기억날 시어머니의 잔소리(?)인것 같다.



이전 25화 저기여 그건 저희가 정하는 건데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