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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Jul 24. 2021

우유 아줌마 이야기 3

우유 아줌마가 된 진짜 이유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날은 더웠고 마지막 집 우유주머니를 채우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신났다.

매번 가던 길을 두고 질러가는 길로 갔다.

그 길은 내리막길이라 더운 날 시원한 바람이 좋아 여름에 자주 이용하던 길이다.

막 내리막 시작하는 곳에서 바람을 가르며 내려가는 순간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오른쪽으로 넘어지며 팔이 몸 아래로 깔리며 길 위를 쓸고 갔다.

넘어지면서

'내일 우유 돌려야 하는데... 아씨 아프다.'

새벽이라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만 엎어져서 주변을 살피다가 후다닥 일어났다. 상처에는 피와 모래가 엉켜 있었다.

바닥에 모래가 있어 미끄러진 것이다.

모래 위를 넘어지며 피부가 벗겨졌다.

피는 팔을 타고 내렸고 움직일 수 있는지 팔을 허공에 저어보니 뼈는 괜찮았다.

넘어진 오토바이를 세우고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오토바이도 괜찮으니 집으로 갔다.

가는 동안 어찌나 아프던지...

땀범벅으로 들어왔으니 샤워를 하는데 이건 뭐 말로 표현할 수없이 아팠다.

살이 깊게 패어 속살이 보였다. 여름이라 덧날까 걱정이 되었지만 더위를 참을 수 없어 배달 끝나면 아픈 부위를 비닐로 꽁꽁 싸매고 샤워를 했다. 왜 병원을 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상처를 크게 생각 안 한 것 같다.

꽤 오랫동안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고생했다.

지금도 영광의 상처를 보면 그때의 추억이 새롭다. 그날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진 내가 다시 일어나는 단단함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유 아줌마가 된 진짜 이유

고만고만한 아이가 셋

아이들 과자값 번다는 건 작은 이유였고

우유배달을 하면 우유를 저렴하게 먹일 수 있고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는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들어서 시작했었다.

배달을 하다 보면 대리점에서 유통기한 가까운

우유는 판매를 할 수 없으니 폐기처분을 한다.

그래서 그 당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우유 박스가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유를 물처럼 마셨다. 다행히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먹어도 탈이 한 번도 나지 않았다.

나도 배달하다 목마르면 우유를 벌컥벌컥~

그렇게 아이들 셋은 우유를 원 없이 마시며 자랐다.

어찌 생각하면 우울할 수 있지만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긍정 바이러스가 끝없이 변이중이다.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지나왔던 시간들이다.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는 줄 알고 있다.

우리에겐 그래도라는 섬이 있지 않은가?

내가 티케로 살려는 한 가장 큰 이유다.

모두에게 행운의 여신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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