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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Sep 16. 2021

JOB 이야기 1

현장에서도 할 일은 많다.

새벽바람이 유난히 차던 그해 겨울 나는 5시면 집을 나섰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시작한 일을 9개월간 했었다.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저... 거기 여자도 일할 수 있어요?"
"여자도 할 수는 있는데 일단 사무실로 오세요"
그 길로 바로 달려갔다. 크지 않은 사무실에 처음 보는 공구, 실리콘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사장님은 기본적인 면접 질문을 하고 일하려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했다. 면접 본 그날 교육장으로 전화해서 접수하고 다음날 안전교육을 받았다. 4시간 교육 후 바로 이수증을 받아 사장님을 만났다.
그 길로 현장 견학을 갔다.
"가서 보고 할 수 있겠으면 내일부터 나오세요"
중년이 넘음직한 아저씨들이 건물 외벽 대리석 사이에 실리콘을 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났지만 한낮 태양은 뜨거워 땀을 흘리며 작업 중에 나와 사장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런 일을 하는데 할 수 있겠어요? 어려운 일은 아닌데 높은 곳에서 일해야 해요"
"할 수 있어요 고소공포가 없거든요 해볼게요"
간단하게 일자리를 찾았다.

새벽을 열며
다음날 알람시계는 4시에 정확히 울었다. 잠들기 전에 작업복을 챙겨놓았기 때문에 준비할 것은 없었다. 혹시 늦을까 알람 시간을 일찍 맞춰 놓은 것이다. 늦어도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6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고 들었다. 집에서 5시에 나가야 지하철 첫차를 탈 수 있었다. 지하철역까지 20분을 걸어갔다. 잠실역에서 버스로 5 정거장을 가야 사무실이었다. 건장한 청년도 있고 내 또래 아저씨 그리고 연세가 많은 분, 태국 청년도 있었다. 함께 일할 사람이라고 사장님의 소개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여자가 일하는 건 처음이라 놀라웠나 보다. 그렇게 나의 노가 다일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었다. 다른 일보다 수입도 괜찮았다.


종이테이프로 그리다

그렇게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고 첫 현장인 마곡으로 출발했다. 동료 중에 가장 연장자인 정 씨와 함께였다. 처음이라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내가 할 일은 필요한 백업(대리석 빈틈을 메우는 자제)을 가져다주고 종이테이프로 실리콘 작업 전에 대리석에 테이핑 하는 일이었다.

대리석 테이핑작업

손에 익을 때까지 집으로 자투리 종이테이프를 가지고 와서 식탁 위에 연습을 했었다. 일주일을 연습하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0일 후 진선여고가 보이는 15층 건물 외벽 공사를 했다. 흔들리는 곤돌라를 타고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며 실리콘 작업을 하고 나는 테이프를 붙여 나갔다. 아래에서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규민 씨 안 보이는데 괜찮아요?"

"네~저 여기 있어요 걱정 마세요~"

작은 키가 곤돌라 높이 때문에 보이지 않아 걱정하셨나 보다. 처음 하는 일인데 곤돌라를 탄다고 했으니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게다. 현장일을 할 때 방통고 2학년이었다. 마침 진선여고 운동장이 보이는 곤돌라 안에서

'나도 고등학생인데...'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만 아는 의미 심장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주중에는 현장일을 하고 일요일은 고등학생으로 지낸 그 시간들이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땀 한 땀 내 손길 닿은 용산역

용산역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계단 실리콘 작업이 남았다. 대리석 계단을 테이핑하고 실리콘을 쏘는 작업을 했었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을까? 바닥에 엎드려 테이핑 하던 작업자들 중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용산역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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