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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Sep 11. 2021

잡다한 이야기2

기억의 저편에 옥선 씨가 있다.

며칠 전 지인들과 서울 풍물시장에 갔었다. 코로나19로 어떤 방법으로든  행동의 제약을 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확진자가 없는 걸까? 암튼 많은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와~~ 와~"

"어디서 저런 옛날 물건들을 가져왔을까? 어머 저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이랑 똑같네~ 종이인형 오리다가 외할머니께 혼났었는데..."

문득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추억의 종이인형

키 운정으로...

외할머니는 길러준 엄마였다. 엄마가 아버지 공사장 인부들 밥 때문에 현장에서 지낼 때 나는 외갓집에서 자랐다. 첫 손녀인 나는 옥선 씨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자랐다. 외할아버지 다음으로 맛난 거는 내 차지였다. 심지어 옥선씨 젖가슴도 내차지였다. 옥선씨 가슴을 만져야  잠들었으니까... 막내이모가 가위로 자른다고 협박을 하면 자지러지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막내이모는 나와 9살 차이였다.


시장에서 좌판에 채소를 팔고 오시는 날은 어김없이 월남방망이 사탕을 사 오셨다. 살갑지는 않았지만. 마루 끝에 툭 던져주며

"아나~사탕 무라~" 그게 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큰 사랑을 주신 거였다. 갈치를 구운 날은 옆에 앉혀놓고 생선살을 발라 밥숟가락 위에 올려 주셨다. 옥선 씨는 생선 지느러미 살만 드시고... 그때는 몰랐다. 옥선 씨가 조그마한 손녀를 얼마나 크게 사랑해줬는지...


어둑해진 대문 밖 골목길에서

"숙아~밥 무라~가시나가 깜깜해도 안 들어오고

뭐하노~구신이 잡아간다~~~"

"치~할매는 옥선아~노올자 하믄 나가서 놀았제? 쪼매만 더 놀믄 안되나?"

말도 안 듣고 뺀질거렸던 어릴 때가 휙 지나간다. 빨간 토마토를 보면 나는 이쁜 거만 주고 터진 거만 드시던 옥선 씨가 생각난다. 옥선 씨는 터 진토마토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바나나를 좋아하던 옥선 씨는 돌아가실 즈음에는 바나나를 가지고 간 나를 초점 흐린 눈으로 쳐다보며

"누군데 바나나를 사주는교~?" "옥선 씨가 바나나 좋아해서 사 왔지요~" "고맙심더~"


오늘따라 옥선 씨가 많이 보고 싶네

일을 많이 해서 굽은 손가락도 만져보고 싶고

키 운정이 더 큰 게 맞나 보다

최옥선 씨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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