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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May 11. 2021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라며?

나도 대학생이 될 수 있다고?

내 꿈은 고졸이었기 때문에 대학생이 될 생각은 없었다. 꿈을 이뤘으니 끝인가 했다. 꿈은 또 다른 꿈을 품게 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더니. 눈덩이 굴리듯 커가는 내 꿈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꿈을 넘어

고등학교 3학년 말 모두 강당에 모였다. 낯선 사람들이 하나 둘 홍보 책자와 학교 로고가 찍힌 선물을 들고 우리들 사이를 다녔다. 여러 대학에서 학교 홍보를 위해 교수님께서 오셨다. 그중에 경기여고 졸업한 선배가 다니는 대학교로 관심이 갔다. 1년 선배였기 때문에 교내 활동도 함께 했었다. 학연이 그렇게 연결되었다. 그냥 설명만 들어보기로 했는데 대학교 이름이 인쇄된 볼펜으로 상담 신청서를 적고 말았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니 선생님들께서는 수시로 대학 얘기를 하셨다. 고졸이 되면 대졸도 하지 말란 법은 없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못할 건 없지? 오기와 도전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등록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대학교를 갈 수 있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인데 돈 없이 공부할 수 있다니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진짜냐고 정말이냐고 내가 아는 단어는 다 쓰며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나는 국가장학금 수혜자가 되었다. 세상은 무엇인가 하려고 맘만 먹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이때부터 나의 도전정신은 끝없는 공부와의 사랑을 시작했다.

여건이 되었으면 두꺼운 책과 대학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대학 교정을 거닐고 싶었다. 대학생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사이버대학이면 어떤가?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의미가 크다. 원서를 두 곳에 쓰고 고민하다가 방송통신대학교는 포기를 했다. 일하면서 공부하기 조금 편한 곳으로 정했다.

대학교 입학식은 고등학교 입학식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간절했던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곳이라 안정된 마음이었다. 기대와 설렘이 덜하지는 않았다. 다만 좀 더 성숙된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동갑 친구들은 85 86학번이다. 그동안 누군가 나에게 학번 물어보면 친구 학번을 대신 말했다. 이 나는 19학번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학번이 아닌 나의 학번을 말하게 되다니. 나도 정말 대학생이 되었다.


공부해서 얻은 나의 가치

대학생이 되니 공부방법도 완전히 달랐다. 고등학교는 말이 쉬워 3년이지 일요일마다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편하게 공부한 건 사실이었다. 고등학교는 정해진 과목을 3년간 공부했었다. 대학교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과목 선택과 자격증까지도 내가 선택한다. 전공은 노인복지학과로 정했고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발급된다. 그에 따른 필요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시작으로 노인 통합 관리사 자격증까지 23개의 자격증을 준비했다. 2019년 코로나가 오지 않았으면 지금쯤 강사로 신나게 활동하고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대학생활 역시 활동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스터디장으로 활동하며 학우들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학교 홍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공부를 해서 얻은 나의 가치이다.


고등학교 3년을 다녔다. 또 3년째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1년을 더 다녀야 졸업한다. 7년을 공부하고 졸업하면  50대 후반이 된다.  나이에 공부해서 무엇을 하느냐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비를 내달라고 한 적도. 책을 사달라고 말한 적도 없다.


니들이 공부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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