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야간 걷기를 했다. 하늘은 흐리고 걷기 좋은 계절이었다.바쁘게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할 좋은 기회였다. 18km
를 걸을 예정이었다. 중간고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럼 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걷기에 합류했다. 오롯이 걷기만을 위한 시간을 내보기는 처음이고 야간 걷기는 더구나 처음이 다. 조금씩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럴 나이가 된 건가? 아마도 그럴 때가 된 거지...
돌이켜 보면 숨이 턱에 차게 달려온 기억뿐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아픈 추억이지만 아름다운 고난이었다.
단단하고 옹골찬 나로 살아갈 수 있어 다행한 일이다. 가끔은 허당 덩어리로 발등이 찍혀 아파 쓰러지기도 했다. 사람을 믿을 땐 앞뒤 안 보고 달린다. 그렇게 사는 게 옳은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생각 못했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공부에 매달리는 것도 봉사하며 지나온 시간들도 내속의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 살아낼 수 있었다. 그저 무심히 지나온 내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왔다. 한동안 얽히고설켜서 풀지 못할 실타래 같았는데 실끝을 찾았다. 조심히 풀어가야 할 실뭉치다. 걷다 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이 깊어져 좋다. 느린 학습자의 바람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온통 감사할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