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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May 19. 2021

5월은 그때처럼 잔인하다

가는 님은 뒤 돌아볼까?

찔레꽃향이 유난히 냄새로 기억난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유 없이 아픈 줄 알았다. 세월이 지나 이제야 알았다. 아버지가 떠났고 삼촌에게 맞아 코피가 났었고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라서 아팠다는 것을...


영덕에서 장례를 치르고 안동 화장터로 모셨다. 안동으로 모신 이유는 모르겠다. 추측컨대 아버지 고향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화장터에서 큰고모가 나를 안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어린것 눈에 밟혀 어찌 가냐  이 어린것 불쌍해서 어쩌냐~" 고모의  넋두리보다 스웨터가 얼굴을 따갑게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처럼 시설이 좋은 화장터가 아니니 밖에서 기다리다 보면 펑 소리가 두 번 났다.

한 번은 복부가 터지는 소리이다. 그다음은 뇌가 터지는 소리다. 소리에 놀라 동그래진 내 눈을 감기고 귀를 누군가 막았던 것 같다. 특별히 심장이 나쁘진 않지만 소리에 잘 놀라는 트라우마가 생긴 건 그때 그 소리 때문이다. 시장에서 뻥튀기 아저씨가 내는 소리에 울며 못지나 거던 것도... 한참이 지나 아버지는 몇 조각의 뼈와 가루로 돌아왔다. 거기엔 사고로 다쳐 박은 쇳조각도 함께


해운대 동백섬에는 아버지가 계신다. 그렇게 소원하시던 장소에 계시니 편하시려나? 아직 한 번도 장소를 물어보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언젠가 가보리라 맘을 먹기 시작한 걸 보니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찔레꽃이 지기 전에  가보고 싶다.


어젯밤 늦게 부고를 받았다. 힘들 때 내 얘기를 들어주고 쓴소리 단소리 해주던 분이 가셨다는... 바쁘다고 늦었다고 연락을 못했는데 혼자 그 먼길을 가셨단다. 운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데...

먼저 가 계시면 훗날 만나거든 잘 살다 왔다고 가르친데로

살다 왔다고 인사드리리다. 고마웠다는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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