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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문화와 자연, 벨리즈

조금 별난 대학생의 세계여행 - #7 BELIZE

by 김태호

2024.12.26. ~ 2024.12.28. (총 2박) | 여행경비: 북중미 3개국 312만원, 벨리즈 체류 비용 56만원 |

다른 중남미 지역과는 또다른 카리브해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나라


과테말라 플로레스 → 벨리즈 벨리즈시티 (버스, 편도 6시간 소요)

(과테말라 플로레스) → 벨리즈 시티 → 케이코커 → 벨리즈 시티 → 벨모판 → 벵케 → (과테말라 플로레스)


위치: 중앙아메리카 유카탄 반도 동쪽 카리브해 연안

시차: -15시간

수도: 벨모판 (최대도시 - 벨리즈 시티)

화폐: 벨리즈 달러 (2 BZD = 1 USD 고정)

언어: 영어와 벨리즈 크리올

한국에서 가는 방법: 서울/인천 → 댈러스/포트워스 (아메리칸항공) → 벨리즈시티 (약 20시간 소요)


벨리즈를 가봐야 하는 이유: 카리브해의 산호초와 열대 바다, 마야 유적지, 중앙아메리카의 열대우림, 그리고 크리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시들


벨리즈의 명소: 그레이트 블루 홀, 홀 찬 해양보호구역, 벨리즈 시티, 카라콜 유적, 메이플라워 보카위나 국립공원


먹어볼 것: 타말레스, 랍스터 등 해산물 요리

해볼 것: 홀 찬 해양보호구역에서 상어와 함께 수영하기, 현지인들과 완행버스 타보기

사올 것: 마리샤프 핫 소스


여행 팁: 데이터 로밍 지원이 잘 안 되는 국가이니, 사전에 여행 정보를 많이 찾아놓고 방문하기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지만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산호초 지대를 품고 있다. 영국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과테말라와 함께 어디를 여행할지 고민하다 벨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주변 다른 나라들도 후보군에 있었다. 하지만 멋진 카리브해를 품고 있으며, 우리가 가고자 한 과테말라의 티칼 유적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데다 작은 나라여서 짧은 시간 안에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벨리즈를 선택했다. 이 나라는 중미 나라들 중에서도 한국인 여행자가 많지 않은 편이고, 이 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는 멕시코 체투말 등지에서 과테말라로 넘어가는 길에 잠시 들리거나 카리브해에서 다이빙을 하기 위해 벨리즈를 찾는다.


과테말라의 티칼 유적을 여행한 뒤 우리는 과테말라 플로레스에서 아침 일찍 셔틀을 타고 동쪽 벨리즈 국경으로 향하였다. 출국심사를 거친 후, 걸어서 벨리즈로 넘어가면 입국심사를 하게 된다. 꽤나 긴 시간이 지나고야 심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어디를 가는지부터 숙소 예약 내역 등까지 확인받은 후 비로소 벨리즈 입국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다시 차에 올라 자다깨다를 반복하니 점심 무렵 벨리즈 최대의 도시, 벨리즈 시티에 도착했다. 벨리즈 시티로 이동하는 길에서 마주한 이 나라의 첫 인상은 열대 기후의 풍경이면서 그 속의 알록달록한 주택들은 어딘가 미국의 집들과도 닮아보였다.


벨리즈 시티에서는 케이코커 (Caye Caulker) 라는 섬으로 향하는 배 표를 구입한 뒤, 항구 앞의 작은 야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스튜 치킨인가 하는 벨리즈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보았는데, 밥 / 치킨 / 바나나튀김 / 감자 샐러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미국 달러와 자신들의 화폐인 벨리즈 달러가 통용되어 식당에서도 거스름돈을 두 화폐를 섞어서 주었다. 이런 식의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미국 달러와 벨리즈 달러가 1:2의 고정 환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벨리즈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다른 중남미 지역과는 색다른 문화권에 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인종 구성도 흑인이 많으며, 나라 분위기도 무언가 레게 음악이 어울릴 듯 한 카리브해의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바다에 접해있고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의 지배를 받은 영향이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벨리즈 시티에서 배를 타고 카리브해의 케이코커라는 섬으로 이동했다. 벨리즈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산호초 지대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카리브해에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즐기러 암베르그리스 섬, 케이코커 등으로 떠난다.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인 그레이트 블루 홀도 벨리즈 앞바다에 위치해있다. 케이코커의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홀로 나와 섬 곳곳을 둘러보았다.


벨리즈의 바다 (김태호, 2024)


케이코커의 길들은 산호 성분으로 보이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고, 카리브 해에 와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었다. 휴양지 느낌의 중심가가 있지만, 아주 관광화 된 것 같지는 않았으며 동남아시아 지역과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낡은 목조주택들과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있는 섬 곳곳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디자인된 상점들도 있었으며 레게 음악이 어울릴 듯 한 풍경이었다.


케이코커, 벨리즈 (김태호, 2024)


저녁으로는 랍스터를 먹었는데, 가격 자체는 비싸지 않았으나 양이 좀 적은 편이었다. 물론 맛은 충분히 좋았다. 벨리즈식 쌀 요리가 사이드로 나왔는데, 점심 때 먹은 것과 동일한 것 같았다 - 코코넛 양념으로 만든 듯 한 콩밥. 식당은 야외와 통하는 장소였는데, 해변이라 그런지 모기가 상당히 많았다.


벨리즈에서의 이튿날, 우리는 홀 찬 해양보호구역 (Hol Chan Marine Reserve) 으로 가서 스노클링을 했다. 아침에 케이코커의 거리를 좀 돌아다니다, 투어를 시작하는 집결지에 모여 배를 타러 떠났다. (아침 거리를 돌아다니면서는 붉은색 목을 부풀려 구애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군함조도 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스노클링에 앞서 해안에서 거대한 물고기 (tarpon이라는 물고기였던 것 같다) 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했다. 정어리를 물 위에서 들고 있으면 거대한 물고기가 점프해서 낚아채 가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이후 스노클링을 진행했는데, 5시간 정도의 꽤 긴 시간을 물 위에서 보냈다. (바다에서 오랜 시간 있다 보니, 물 밖으로 나와있으면 추웠고 멀미도 날 것 같기도 했다.)


산호초의 풍경은 인도네시아에서 본 것보단 못했던 것 같지만, 상어와 가오리, 그리고 매너티 등 정말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매너티는 찾기가 어려운 동물이라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 만나볼 수 있기도 했다. 바다 자체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물 색은 꽤 예뻤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물이 아주 잔잔했던 것은 아니었다.


Hol Chan Marine Reserve (김태호, 2024)
Caye Caulker (김태호, 2024)


케이코커로 돌아와서는 몸을 헹구고 카페에 잠깐 가서 휴식을 취했다. 과테말라 플로레스에서도 만났던 폴란드 커플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러한 경우들이 종종 생기더라. 이후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며 벨리즈시티로 돌아갔다.


벨리즈시티에 도착해서는 항구에서 숙소까지 1km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이동했다. 가는 길은 관광지와도 거리가 먼 풍경에다 어둡고 허름해 나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벨리즈 시티 자체도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라 빠르게 숙소로 이동하고자 했다. 친절하신 숙소 주인분의 도움을 받아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벨리즈 시티 (김태호, 2024)


벨리즈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벨리즈 시티를 둘러보았다. 풍경은 알록달록한 열대지방의 도시 같았고, 미국 남부에서 볼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낮에는 전날 밤만큼 위험해보이지는 않았다. 교회 건물 등 역사적인 장소들을 좀 둘러보고 유명한 한 다리 옆의 현지 바이브가 느껴지는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카리브해 쪽에서 먹는 음식인 타말레스를 시도해 보았는데, 꽤 이색적인 음식이었다. 치즈 느낌의 소스 (하지만 치즈 특유의 꾸린내가 없는) 와 후추 같은 향신료에 버무려진 닭고기와 꾸덕한 반죽 같은 음식이 잎으로 감싸진 요리이다.


이날 밤, 과테말라 플로레스에서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우리는 국경 쪽으로 이동했다. 벨리즈에서의 마지막 날엔 수난투니치 같은 마야 유적을 갈지 등을 고민하다, 이미 티칼을 다녀오기도 했으니 이 나라의 수도 벨모판을 구경하기로 하고 이동했다. 벨모판은 관광으로 유명하지도 않은, 관공서들만 있는 정말 작은 도시인데 이 때 아니면 와볼 일이 없을 듯 하여 찾아가 보았다. 벨리즈 시티의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벨모판에 가서 거리를 좀 구경하고 밥을 먹었다. 벨모판은 관청들이 좀 있는, 한적하고 비교적 깔끔한 느낌의 도시였고 의외로 중국 식당들이 꽤 있었다.


벨모판, 벨리즈 (김태호, 2024)


이후 국경까지 히치하이킹을 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택시만 우리 앞에 멈추고 차가 안 잡히길래 어쩔 수 없이 꽤 먼 거리를 다시 걸어 벨모판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국경 도시인 Benque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줄을 안 서고 있다가 버스 정원이 가득 차 버려서 버스에 타지 못했다. 그래서 그 다음 버스를 탔는데, 과테말라의 치킨버스와 같은 느낌의 버스였다. 버스 내부도 상당히 낡았으며, 현지인들만 타고 있던 버스였다. 정류장도 정말 많이 멈췄고, 1~200미터마다 사람들이 내리는 등 빨리 국경을 넘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느린 버스였다. 그래도 버스에서 농장들과 먼 산도 보이고, 밀림이나 열대 사바나 느낌의 풍경도 보이는 등 국경 가는 길의 풍경은 좋았다. 무언가 유럽의 구릉지대나 미국 시골의 오후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벨리즈의 시골 풍경 (김태호, 2024)


Benque에 아주 촉박하게 도착하여, 바가지를 써가면서 택시를 타 국경 검문소로 이동했다. 다행히 벨리즈 입국 때와는 다르게 금방 출국하여 과테말라에 입국할 수 있었다. 과테말라 측 국경에서 플로레스까지는 총알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그 이야기는 <중미의 숨은 보석, 과테말라> 의 뒷부분에 서술해 놓았다.


대략적인 예산 정리 (2인 여행: 필자 지출 금액) [총액 558,000 KRW]

숙박: 137,000 KRW

현지 교통: 99,000 KRW

식비: 94,000 KRW

출국세: 29,000 KRW

스노클링 투어: 167,000 KRW

기타 (쇼핑 등): 33,000 K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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