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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케이크 Jan 21. 2020

해외에서 직장 다니기 힘들어요

외국인 노동자

나도 알지 못한 재능이 대학생 때 발견됐다. 중국어. 우연히 선택한 전공이 내 인생의 밥줄이 되었다. 나는 줄 곧 중국계 기업에서 일해왔고 취업 및 이직 시 중국어를 한다는 요인이 아주 크게 작용했다.


처음 해외취업을 했던 곳은 상하이.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다 내부 추천으로 본사로 전환됐다. 뉴스에서 한 번씩은 들어봤을 그 기업이다. 정말 좋은 조건으로 근무했지만 중국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로컬 직원과 경쟁하기는 버거웠다. 인사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음에도 외국인이니 다른 로컬 직원에게 점수를 양보하란다. 남들보다 두 배 노력해서 받은 평가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된다.


상하이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지내다 또 해외병이 도졌다. 마카오 기업에서 아주 아주 아주 좋은 오퍼를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돈 보고 갔다. 한국에서 10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받을 수 있는 그 정도 연봉이었다. 지금은 뼈저리게 느낀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젊을 때 절대 돈 보고 직장을 구하지 말길 바란다. 광둥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모든 회의에서 제외되고 매니저급인 나는 프로젝트를 리드하지 못하고 모든 사항에서 통보받는다. 정말 내가 외국인 용병인 느낌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마카오 사람들에 비하면 중국 대륙 사람들은 성인군자다. 대륙 대륙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고방식이 대륙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고, 마카오 사람들은 당장 눈 앞의 그림만 본다.)


광둥어의 한계를 느끼는 도중 회사에서 내가 마닐라지사 채용팀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필리핀에서는 그나마 영어가 공용어니 나에게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라 생각하고 제안에 응했다. 예상대로 업무 분위기는 훨씬 좋았다.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한다. 그런데 느리다. 엄청 느리다. 변명도 많다. 변명 없는 일이 없다. 아... 다시 한번 느끼지만 빨리빨리 한국이 최고다.


그리고 영국. 이전에 겪은 해외취업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다문화가 이미 오래전에 정착해서일까 어떻게 다른 문화를 대해야 하는지 잘 아는 분위기다. 현재 다니는 회사도 중국계이긴 하지만 유럽지사라 현지화에 나름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중국스럽지만 그래도 이전 회사들에 비하면 사람들이 아주 젠틀하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신분으로 일하는 게 힘든 것보다 인사팀으로 일하는 게 힘들다. 


해외에서 사는 건 힘들다.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사는 건 더 힘들다. 그래도 난 젊으니까 한번 해본다. (30대를 젊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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