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계와 폭포의 마을, 샤프하우젠

by 김산결

아우토반


스위스로의 여정이 멀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바로 출발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자동차로도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었고 또한 새로웠다. 독일에서 스위스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아우토반을 이용한다. 흔히 아우토반은 한국에서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아우토반은 '자동차 전용 도로'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이다. 이러한 아우토반이 우리에게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로 알려진 이유는 실제로 이 도로에는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서 일부 구간은 속도 제한이 있는데 주로 도로가 합류하는 지점이나 톨게이트 부근이다.


자동차 여행을 통해 여러 나라의 도로 문화를 겪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특성들을 일부 살펴볼 수 있었다. 위에서 말한 독일의 도로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없고 원칙이 중요한(?) 독일 사람들의 모습과는 다른 호탕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원칙을 지키는 호탕함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도심지나 마을 안 쪽에서는 자동차의 속도가 시속 40km, 60km 등으로 제한된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시골의 한적한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지킬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내가 경험한 독일은 달랐다. 원칙이 중요한 독일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 그들은 제한속도를 정확하게 지켰다.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놀랄만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더욱 놀란 것은 한적한 마을을 떠나 아우토반이라 불리는 고속도로로 진입한 후의 그들의 모습이었다. 거북이 같은 제한속도를 지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들은 속도의 자유를 100% 즐겼다. 우리가 나름 속도를 낸다곤 했지만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마을에서 본 그들의 모습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렇듯 지킬 때는 확실히 지키고 자유가 주어질 때는 그 환경을 충분히 즐기는 독일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원칙주의자의 호쾌한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뒤에서 나오겠지만 언제나 혼란 속에서 운전을 하는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이다.


샤프하우젠


이렇듯 독일의 아우토반을 타고 우리는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에 닿았다. 공항이 아닌 육지에서의 입국심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의 입국심사를 담당한 스위스의 웃음 좋은 아저씨는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니 "두 유 노 싸이"를 외쳐주시며 우리를 통과시켜주었다. 강남스타일의 위용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처음 묵기로 한 곳은 취리히였으나, 취리히까지 바로 가기에는 먼 거리였고 또한 아쉬웠기 때문에 가는 길에 있는 샤프하우젠을 들리기로 했다.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라인 폭포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리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라인 폭포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폭포라기보다는 커다란 호수에 가까웠으며, 호수의 규모가 어찌나 컸던지 낚싯배에서 낚시를 하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폭포 가까이로 가는 유람선을 탑승하지는 못했지만, 걸어서 최대한 폭포 근처로 가니 흩날리는 물방울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높이와 너비를 자랑하는 폭포들과는 다르게 호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라인 폭포만의 매력이 느껴졌다.


라인 폭포와 낚시꾼


라인 폭포를 나와 샤프하우젠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샤프하우젠 구시가지는 수백 개의 퇴창이 건물의 외벽을 우리는 한적한 중세시대의 마을과 같았다. 우리는 이 조용한 구시가지의 가장 유명한 건물인 무노트 요새로 향했다. 요새라는 명칭과 잘 어울리듯 무노트 요새의 가장 높으로 올라가는 원형계단은 꽤나 높았고 조그만 창만이 밖을 비추고 있었다.


무노트 요새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은 구시가지의 모습이 마주하기 전에,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말을 접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혼자서 여행 온 한 여성분이 계셨고,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이 곳에서 한국인을 마주치니 퍽 반가운 눈치였다. 덕분에 우리는 서로 예쁜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샤프하우젠 구시가지의 모습은 고즈넉했다. 요새에서 내려가는 길 좌우측으로 펼쳐진 포도밭은 비록 횅했지만,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을 때의 생명력을 상상해보니 마을의 활기가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졌다.


다시 그 여성분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분이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여행을 오게 되었고, 주변에서 스위스가 그렇게 좋다고 하여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정작 도착해보니 너무 조용한 시골마을에 한국 사람도 많이 마주하지 못하여 외롭고 힘들었던 찰나였다고 한다. 마침 그분의 다음 행선지가 취리히여서 우리 차에 동승해서 가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연도 꽤나 반가웠고, 이후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 차에 태우게 된다. (마치 '택시'라는 옛 토크쇼가 떠오른다.) 잠깐 지나친 인연이지만 지금은 각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무노트 요새
무노트 요새에서 내려다본 샤프하우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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