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알록달록 파스텔의 부라노섬

by 김산결

부라노 섬


베네치아는 해양 도시인만큼 많은 섬들을 가지고 있다. 베네치아 본섬도 아름답지만 무라노, 부라노, 리도 등 이웃섬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중에도 알록달록 파스텔 색상으로 칠해진 외벽의 집들이 예쁜 부라노 섬을 많이 찾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가수 아이유의 '하루 끝'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노래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서지는 햇살과 그와 함께 빛나는 아름다운 색상의 건물들이 아름다운 영상이다.


밝은 빛깔로 집의 외벽을 칠하는 부라노 섬의 풍습은 이 지역 고기잡이 배들이 알록달록한 색채 배합으로 배를 칠하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부라노 섬에서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파랑, 분홍, 빨강, 초록, 노란색 등등 화사하고 밝은 색 옷을 입은 아기자기한 집들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부라노 섬은 레이스 생산으로도 유명하여 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섬세한 레이스 공예품들도 구경하고 마음에 든다면 사 올 수 있다. 마음 같으면 베네치아의 모든 이웃 섬들을 들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한 곳만 정해야 했고 이러한 이유로 부라노 섬을 찾았다.


베네치아에서 부라노 섬까지는 수상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수상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버스 시간까지 근처에서 친구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부라노 섬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부라노 섬은 베네치아 본섬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섬에서 계속 쓰고 다녔던 가면은 잠시 넣어두었다. ('#19. 베네치아의 가면무도회' 참고)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는 것은 어김없이 수상 버스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승객의 꽤 많은 수가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부라노 섬 자체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붐비지 않고 구경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부라노 섬에 가까워질수록 알록달록한 색상의 건물들이 더욱 또렷하게 눈에 담겼다. 수상 버스가 도착하여 부라노 섬에 첫 발을 내디뎠다. 밝은 햇살에 부서지는 외벽의 질감이 분홍, 빨강, 파랑, 보라색 등의 외벽 색깔을 더욱 영롱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방문한 친퀘 테레에서 기대한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부라노에서 드디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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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노 섬의 형형색색의 건물들


사실 부라노 섬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섬 자체가 조용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섬 한 바퀴를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건물과 섬의 모습을 벗 삼아 사진 찍는 일이 주된 일이었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곳곳에 우리를 반겨주는 소소한 모습들이 있었다. 건물 창틀에 몰래 숨어 쉬고 있는 살찐 고양이, 분홍색 외벽과 어울려 자라고 있는 초록의 덩굴, 형형색색의 외벽과 비교되는 주렁주렁 걸린 빨래들, 찰리 채플린이 그려져 있는 대문, 그리고 섬 곳곳을 누비는 운하와 그곳에 정박된 번호 달린 고기잡이 배들. 이러한 소소한 모습들이 부라노 섬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조용히 거닐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히 놓이는 듯했다.


이런 곳에 오면 그런 생각이 든다. 여행이 아니라 그냥 아무 고민 없이 이런 곳에서 한 달 정도 살고 싶다는.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가 궁금해진다. 모두 같은 인간이지만 삶의 방식은 정말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하루를 체험해보는 것도 정말 뜻깊은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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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노 섬의 풍경


섬을 한 바퀴를 도니 금세 돌아가는 배를 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부라노 섬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지 않겠다. 베네치아를 방문한다면 한 번쯤은 직접 가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잔디밭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에 부라노 섬을 점토로 표현해 높은 공예품 상점을 들렀는데 아기자기한 그 모습이 정말 부라노 섬과 같았다. 큰 욕심이 없더라도 아기자기하게 사는 것의 가치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20160121_155419.jpg 부라노 '점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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