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그림 같은 호수마을, 할슈타트

by 김산결

안녕, 이탈리아! 안녕, 오스트리아!


베네치아를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서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이 예정했던 것보다 훨씬 짧아졌고 독일 쾰른까지 올라가는 길에 예정에는 없었지만 몇 개의 나라와 도시를 더 들러야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나왔지만 다드 사전에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에 마땅히 괜찮은 대안이 없었다. 마침 나는 친구들과의 이번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일찌감치 유럽에 도착하여 여행을 했었고, 그때 다녀온 오스트리아의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친구들과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한 도시 또는 마을은 두 군데였다. 하나는 한국인에게는 이미 유명해진 아름다운 호수마을 '할슈타트'이며 다른 한 곳은 '잘츠부르크'였다. 할슈타트는 내가 당시를 기준으로 불과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다녀온 곳으로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을 친구들도 분명 좋아할 것이란 확신이 들어 추천한 곳이다. 반면, 잘츠부르크는 지난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일정 상 차마 다녀오지 못한 것으로 겸사겸사 들르면 좋겠단 생각이 든 도시였다. 할슈타트는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르기로 하고 숙소는 잘츠부르크에 급하게 예약을 했다. 이렇게 독일로 올라가기 전 우리의 목적지는 오스트리아로 정해졌고 이번 여행에서의 4번째 국경을 넘기 위한 붕붕이는 열심히 달려갔다.


그림 같은 호수마을, 할슈타트


이탈리아를 벗어나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세상을 다시 눈꽃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난번 할슈타트로 가는 길은 기차여행이었다. 그때는 겨울이 아직 그 기세를 충분히 뽐내지 않았었고 넓은 객실 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산맥과 투명하게 비치는 호수의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뿐만 아니라 기차역에서 할슈타트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했고 넓은 호수를 건너 마을로 향하는 뱃길에 설레는 마음이 더해졌다. 반면, 자동차를 통해 할슈타트로 향하는 길은 보다 산맥 길에 가까웠다. 산맥들에 쌓인 눈과 넓은 초원을 가득 뒤덮은 하얀 세상이 끝없이 펼쳐졌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 그런지 하얀 도화지에는 티끌 하나의 흔적도 없었기에 첫 발을 딛음으로 눈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순수한 풍경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뒤섞였다. 인터넷에서 잠시 찾아보니 원래 할슈타트는 배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마을이었으나, 19세기 후반 마을 서쪽 강가의 바위를 폭파함으로써 육로가 생겼다고 한다. 남들은 한 번 오기도 힘든 먼 이국의 마을인데 나는 운이 좋게도 이 곳을 통하는 두 가지의 길을 모두 겪어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까지만 해도 할슈타트는 내가 해외 도시 중 유일하게 두 번 방문한 곳이 되었다. 그만큼 나에게 이 마을은 그 아름다운과 비할 수 있는 특별한 의미 담고 있는 곳이 되었다.


한국사람들에게 할슈타트는 흔히 디즈니의 흥행작 '겨울왕국'의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도 겨울왕국의 국내 개봉 전부터 그 기대가 무척 컸고, 이 때문에 참지 못하고 개방하기 전에 이미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본 직후 국내에서의 흥행을 예감했고, 아니나 다를까 타깃 관객층이 분명한 애니메이션임에도 엄청난 흥행을 하며 한동안 겨울왕국 열품을 불어왔다. 이 때문인지 할슈타트가 겨울왕국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라는 내용의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기 시작했고, 나도 이런 글들로 인해 처음 할슈타트라는 마을을 접하게 되었다. 다만, 조금만 더 유의 깊게 찾아보면 잘못된 정보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할슈타트가 겨울왕국의 배경 마을이라는 것은 한 네티즌이 그 모습이 비슷하여 그렇게 표현한 듯하며, 실제로 디즈니에서 밝히기로 겨울왕국의 모습은 북유럽의 풍경으로부터 착안했다고 한다. 이에,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오해 없이 다녀오시기 바란다. 그러한 사실이 없더라도 할슈타트는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기에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할슈타트에 도착하니 가벼운 산책으로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 다시 한번 내 눈앞에 펼쳐졌다. 사실, 할슈타트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활발한 액티비티를 생각하고 간다면 오히려 지루할 수 있는 그런 마을이다. 다만, 특별한 활동이 없더라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김영하 작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일상의 풍경에서 벗어나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연을 즐기기에는 최적화된 곳이다. 실내에만 있는 것이 너무 따분하다 싶으면 마을 뒤편으로 작은 산이 있어 가벼운 산책으로 걷기에도 좋다. 피톤치드가 느껴지는 그런 곳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철기시대 유물과 함께 인류 최초의 소금광산도 함께 찾아볼 수 있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장소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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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한 것처럼 할슈타트는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1시간 정도면 마을 한 바퀴를 다 둘러볼 수 있다. 그 이후로는 사람마다 자연과 풍경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나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고 그 때문에 1박 2일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여유가 있었다면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친구들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마을을 후다닥 구경을 하고 잘츠부르크로 바로 이동을 했다. 이동하기 전에 출출한 배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가벼운 식당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어김없이 선착장 앞에 있는 버거집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지난번 여행에서도 할슈타트를 떠나기 전 버거집에서 요기를 해결했다.)


이외에도 마을 구경을 하다 보면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다. 고양이가 곳곳에 숨어있어서 찾는 재미도 있고, 가게에서 파는 작고 예쁜 공예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분홍색 외벽 건물에 뿌리를 가지를 예쁘게 뻗어 뿌리를 내린 나무도 있다. 무엇보다도 호수변으로 호텔들이 목조 호텔들이 위치해있는데, 만약에 할슈타트에서 숙박을 할 계획이 있다면 부디 호수 뷰에서 하루를 보내시길 추천한다. 객실 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이면 굳이 무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다. 사긴이 흘러감이 행복해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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