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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Dec 29. 2018

[에세이] 가족과 함께

- 이제는 셀 수 있는 시간...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요즘이다. 회사, 학교 등 각종 모임의 송년회로 정신없는 시기이지만 해가 넘어가기 전 하루 이틀 정도는 온전히 나를 위해 쓰기 위해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전히 이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 미처 사용하지 못한 휴가도 마저 올렸다. 어떻게 하면 특별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평소에 가고 싶었던 명소로 여행을 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고, 특별한 계획 없이 따뜻한 집에서 귤을 까먹으며 책만 읽어도 무척 행복할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고민이 많이 되던 때, 친구와의 우연한 대화에 나의 목적지를 정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물었다. 타지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자주 듣는 질문이었다.


"집(고향)에는 자주 내려가나?"


늘 그렇듯 대답했다.


"1년에 2번 정도? 명절 때나 내려가지..."

언젠가부터 그랬다. 처음 상경했을 때는, 가족도 친구들도 그냥 그 장소도 그리워서 자주 내려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때는 새로웠던 이곳에도 나의 삶이 꾸려지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집으로 내려가는 횟수가 뜸해졌다. 물론 그뿐만은 아니다. 그 사이에 가족들과의 다툼도 여럿 있었으며, 그런 것이 반복되다 보니 자주 내려가는 것보다는 가끔 내려가는 게 가족 간의 관계 유지에도 더 좋다는 생각이 심어지게 되었다. 또한 솔직한 마음으로 한 번 내려가는 것이 나에게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교통비에 식비, 선물까지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그렇게 1년에 2번. 지난 2, 3년 동안은 정말 그 정도 빈도로 집에 내려갔다.


"부모님 연세가 얼마나 되셨지?"


"두 분 다 이제 쉰이 넘으셨지"


"100세까지 사신다고 하면, 이제 니는 부모님을 많아도 100번밖에 못 보겠네?"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 때는 당연히 함께 지내던 부모님을 앞으로 볼 수 있는 횟수가 채 두 자릿수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 시간이 영원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짧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앞으로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이렇게 쉽게 셀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을, 나의 작은 노력이면 더할 수 있지만 귀찮음이라는 이유로 포기했던 나 자신이 그저 미웠다. 살 수 없는 시간이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잘 써보아야겠다. 이제는 셀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연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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