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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Aug 02. 2020

『당신에게 말을 건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김영건 글 정회우 그림 (2017, 알마 출판사)


들어가는 글


    최근 여러 가지 바쁜 일들로 글을 쓸 시간을 내지 못했다.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하기엔 변명도 섞여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여러 가지 활동들을 병행하는 만큼 나에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오랜만에 서점을 들렀다. 건대입구역 커먼그라운드 3층에 위치한 『인덱스(index)』라는 독립서점으로 책을 판매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커피와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덱스(index)


    독립서점이라는 공간적인 특징과 커피를 다루는 곳임을 분명히 보여주듯 손님들의 발길이 모여드는 곳에 커피와 독립서점을 주제로 하는 가판대가 있었다. 가판대에 놓여있는 여러 책들을 조금씩 읽으며 따라가던 중 동아서점이라는 작은 서점의 앞모습이 그려져 있는 책의 표지에 시선이 뺏겼다. 독립서점 중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편으로 이전에도 들어본 기억이 있었고 특히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께서 방문하신 장소로 꽤 인상 깊게 보았기에 책을 넘겨볼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책을 몇 장 넘겼을 때는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건님께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책방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마음에 품고 있기에 현재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주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덥석 책의 값을 치렀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책은 판매하는 서점이라는 공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서점과 관련된 사람들과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특히, 지은이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기대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서점이 지니고 있는 관계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에 대한 생각 나눔을 시작하겠다.


지은이 김영건


    현재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은이 김영건님은 집필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는 아니다. 물론 모두가 글을 쓸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독립출판의 형태로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전문' 작가가 따로 있겠냐만은 그의 이력을 고려해보면 작가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서점 주인이다. 이 책에서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평범하게 대학을 다녔고 대학 졸업 후에는 공연기획 쪽에서 일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제안에 아버지의 서점을 잇게 되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서점과 떨어진 인생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년기 대부분의 시간을 서점에서 보낸 귀한 경험이 어디 가겠는가. 뿐만 아니라 그런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유추해보았을 때 그래도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책과 가까운 사람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글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서점을 운영하기 이전에는 작가가 꿈이었던 그였기에 비록 그 꿈이 좌절되었다지만, 평범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읽기에는 그의 글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생각을 명료하게 전해주었다. 심지어 어떤 구절에서는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특히, 그가 그의 아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을 표현한 구절이다. 마치 소설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한눈에 반하는 듯한 설렘을 주는 듯했다.


손님은 민소매의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옷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벌써 여름이구나.
나는 그 손님에게 첫눈에 반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서점


    지은이는 그의 아버지 김일수님을 이어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은이의 선택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동아서점 운영하는 사업이 오히려 가업(家業)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어찌 되었든 아버지가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놓기 전에는 함께 이 일을 해야 된다는 점이었다.


    가업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러울 때가 있다. 고민하지 않고 가족의 사업을 물려받으면 되고 이미 잘 갖추어져 있는 사업구조를 잘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러한 생각에 반론을 가지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아졌을 것이다. 가업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의 꿈과 자유로운 선택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가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이어받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업이 안정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서점과 같이 그 하향세가 분명해 보이는 사업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나타나 있는 지은이는 긴 고민 없이 아버지의 제안을 승낙했다. 물론, 책에 다 담을 수 없는 그만의 여러 고민들이 있었겠지만 가끔은 장고보다는 '어쩌다 보니' 선택을 하는 순간도 필요할 것이고 현재 동아서점의 모습은 그의 그러한 선택이 퍽 나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보다도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 것은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어쩜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 탓에 유독 내가 크게 느끼는 부분일 수도 있다. 물론, 지은이도 서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다. 지은이는 스스로 언젠가부터 아버지에게 까슬하게 굴었다고 자평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지은이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 세대가 은연중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이 있을 것이고 변화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발맞추지 못해 발생하는 여러 간극들도 있을 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지은이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의 묵묵한 헌신도 동시에 있었다. 다만, 우리가 그 점을 너무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먼저 그 간극을 넘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지은이가 우리를 대신하여 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나의 아버지와 함께 일할 수 있을까. 물론, 나와 아버지의 영역이 너무나도 다른 이유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상은 해볼 순 있다. 나의 대답은 아직까진 '할 수 없다'이다. 지은이가 아버지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면서도 그것을 온 마음을 다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넘어 사람이 가진 성향의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의 관계에서 세대, 성장환경 등의 차이로 발생하는 견해의 차이는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겠지만 동일한 인격체라는 선상에서 서로 존중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텐데 이러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간극은 누군가 일방의 노력으로 해결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아버지와의 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은이와 마찬가지로 분명 내가 참지 못할 것이다.


마치는 글


    책이 어렵지 않고 편하게 읽혀 3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완독 할 수 있었다. 서점에 대해 관심이 있고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면 잠시 짬을 내어 읽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서점 주인이 생각하는 도서판매 사업과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에 대한 서점 주인만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더욱 추천한다. 큰 기대 없이 이 책을 펼친다면 기대 이상의 울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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