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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Nov 07. 2020

성격 이야기 둘

나를 이해하고 더 나아지는 것

    지난번 성격유형 이야기를 한 것은 최근 나의 성격 또는 행동유형이 변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고 그 점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성격유형 검사의 결과가 바뀐 적이 있었다. 대학교 시절 《DISC 검사》를 했을 때는 결과가 SC형(안정형/신중형)이 나왔고 유형에 따른 행동 특징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취업을 하고 어느 정도 회사생활을 하고 나서 다시 한번 《DISC 검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뜻밖에도 결과는 CD형(신중형/주도형)으로 바뀌어 나왔다. 결과에 주도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솔직히 의외였다. 나에게 그러한 모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까지였나 싶었다. 결과가 변한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회사에 들어오면서 팀 내 맡은 역할에 대해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환경 탓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난번 《DISC 검사》결과의 변화는 성격유형 검사 결과를 통해 나의 행동의 변화를 엿본 것이라면 이번에는 달랐다. 성격이라는 것이 변할 수 있는 성질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행동이 변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올해 큰 도전을 했다. 직장인 뮤지컬반에 들어가 지난 6개월 동안 다름 사람들과 함께 강의도 듣고 연습을 하면서 결국 지난 10월에 당당히 무대에 공연을 올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 횟수가 형편없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었다.) 이 과정은 수강료 및 대관비 등 공연을 올리기 위한 비용을 포함한 소정의 금액을 납부하는 '클래스'였고, 함께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직장인들이었다. 예술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에 꿈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혹은 관종('관심 종자'를 줄여 이르는 말)으로 연기, 음악 또는 춤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런 활동은 취미활동의 하나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리에겐 공연을 올려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지만, 그 목표를 대하는 개개인의 자세와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자세와 마음가짐은 그 '목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또는 중요성에 따라 달리질 수 있다. 또한, '목표'의 경중에 대한 인식 차이는 개인의 성격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유형검사의 결과 해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임감, 성취욕 등이 아마 그 요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책임감이 높은 사람은 그 사람이 인식하는 목표의 중요성 이상의 몰입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책임감이 낮은 사람은 목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낮을 경우 자신의 책임의 범위를 한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양식의 차이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 이번 뮤지컬 과정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무대를 올린다는 공동의 목표는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혹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하는지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각자가 이 활동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도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각자 본업이 있고 서로의 자투리 시간을 내어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표 수준과 에너지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아마추어 배우였고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며 심지어 자기 돈을 투자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힘들게 번 돈으로 하는 활동인데 누가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어느 누가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예전의 나는 그걸 잘 모르는, 아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기껏 돈을 내고 시간까지 투자해서 하는 활동인데 조금만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최고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굳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나를 스스로는 목표지향적이고 성취욕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이러한 성격 탓에 단체 활동이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았다. 또 다른 나의 성격 탓에 이러한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남들에게 표현하진 못했지만 속으로는 앓은 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내가 정한 기준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들과는 가깝게 지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관계가 일순간 단절되는 일이 허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일들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목을 매었는지 그리고 마음을 조금만 다르게 먹었다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신입사원 교육 때 이후론 이번 뮤지컬 과정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 추구하는 첫 번째 활동이었다. (회사생활도 단체 활동이지만 돈을 받고 한다는 점에서는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성이 우선되는 활동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활동에서도 전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음속으로는 '아, 조금만 더 집중해서 연습했으면...' 또는 '왜 열심히 안 하지'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자기 돈 내고 하는 건데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다른 사람을 동기 부여하고 싶다면 듣기 싫은 말이 아니라 긍정적인 말과 표현으로 다른 사람들을 북돋우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곡 한 곡 연습이 끝날 때마다 서로에게 "잘했다", "훨씬 좋아졌다", "이 부분만 보완하면 더 좋아질 것 같다" 등의 얘기가 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듣고 있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고 실제로 결과물도 점점 더 좋아졌다.


    오래된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의 제목을 외고 있고, 심지어 사내 조직문화 담당자로써 칭찬이 중요하다는 말을 항상 하면서도 나는 스스로 실천하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잘 실천한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뮤지컬 과정에서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이번에는 전보다는 가볍지만 그렇다고 소홀하지 않은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과정에서 큰 다툼이나 갈등 없이 훌륭하게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


    나의 성격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한 사람들의 밝고 긍정적인 자세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모습의 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좋은 추억, 사람 그리고 말도 못 할 성취감을 느꼈지만 나에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여기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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