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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Apr 25. 2021

무한히 도전하는 삶

나와「무한도전」 이야기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다수가 알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명실상부 2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자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 역사에 길이남을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무한도전은 초기 「무모한 도전」이라는 포맷으로 소와 줄다리기를 한다던가 지하철과 100M 달리기를 하는 등 한 번쯤 상상은 하지만 시도하지는 않는 황당한 도전을 했다. 이러한 포맷은 오래가지 못했고「퀴즈의 달인」이라는 스튜디오 형식으로 변화했으며, 「거꾸로 말해요 아하」라는 퀴즈대결이 주력 코너였으나 이외에도 멤버들을 소재로 독특한 질문에 대한 시청자 앙케트로 큰 재미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바뀌어 매회 다른 특집과 도전으로 시청자들에게 찾아왔다.


    이렇게 프로그램의 포맷이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멤버들의 대표자인 유재석은 일관되게 자신들이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한다. 방영 초기에는 이 문장이 멤버들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그 자체로 재미가 있었다. 무모한 도전 시절에는 거의 모든 도전에 실패했고 퀴즈의 달인 앙케트에서는 고만고만한 멤버들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희화화되었다.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무한도전의 형태에서도 많은 도전들이 결과보다는 도전 그 자체가 의미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분투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무한도전의 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슈퍼모델 등 대한민국 평균의 사람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도전에 뛰어들었으며 최선을 다하는 멤버들의 모습과 더불어 심지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이상의 결과를 항상 만들었다. 그렇게 멤버들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아니라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점점 슈퍼맨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멤버들의 변화된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멤버들이 갑자기 변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도전 속에서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아갔고 멤버들은 시청자들의 기대 수준에 맞춰 발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멤버들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 아니라 매주 토요일마다 멤버들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꾸준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멤버들과 시청자들은 그 시절 함께 성장했고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때 당시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점은 유튜브 「옛능 : 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 채널의 인기 영상은 무한도전이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시 보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웨이브(Wavve)」예능 차트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프로그램은 비록 종영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무한도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 「옛능 : 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 채널


도전은 계속된다


    나와 같은 8090세대에게는 무한도전이 가지는 의미가 특별할 것이다. 우리 세대의 10~20대 시절 '큰 웃음 빅 재미'를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학창 시절 무한도전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연중에 무한도전이 우리의 삶에 끼친 영향력은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느낀 바가 있겠지만 나에게 무한도전은 재미 외에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도전을 대신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주었다.


    유난히 도전과 그에 대한 결과로 큰 성취감을 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을 통해 나 외에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뿌듯한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한창 방영되던 당시 나는 학생이었고 학생이라는 신분에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벅참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대신하여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더 큰 애정이 갔고 마치 내가 직접 도전하는 듯한 벅참과 감동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항상 마음속으로는 멤버들처럼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부터 이러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의무인 직업 외에도 다른 도전들을 찾으려 노력했고, 무한도전의 말을 빌리자면 한 회에 끝나는 도전부터 여러 회차,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도전들에 임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매년 한 가지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를 정하여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하려고 했고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다.


    이러한 도전의 원동력에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무한도전에 대한 향수와 동경이 있다. 비록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은 종영되어 과거로 남아있지만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과거의 향수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내 발걸음에도 함께할 것이다. 무한도전은 추억이 되었지만 이제 그 도전은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나와 같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평균의 사람들이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운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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