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발, 암스테르담에서

by 김산결

이번 주도 5일 중에 4일을 정신없이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과 저녁시간 만찬의 반복으로 머리는 멍해졌고, 노트북 앞에 앉기는 했지만 마땅히 얘기하고 싶은 거리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노트북 이곳저곳을 뒤지다 보니 15년 말에서 16년 초까지 다녀온 유럽여행 사진을 보게 되었고, 역시 이럴 때는 추억을 파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 어쩌면 사라질 뻔한 생각들에 꼬리표를 달아놓을 수 있겠다 싶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 시절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를 빌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여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오는 여행을 다녀왔다. 짧지 않았던 시간이었던 만큼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함께 만날 때 그 추억을 가끔 곱씹어보긴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소 어리고 거칠 수 있는 20대 중반의 이야기지만 나에겐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지금은 많이 잊힌 기억도 있기에 이야기의 맥락이 다소 없을 수 있지만 그 시절 사진을 곱씹어보며 최대한 떠올려보아야겠다. 그러면 지금부터 얘기를 시작하겠다.


I amsterdam


우리의 여행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했다. 자동차를 빌려 시작하는 여행이었고 자동차를 빌리는 장소가 독일 쾰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내가 네덜란드에 머무를 일이 있었기에 친구들이 배려를 해주어 이 곳에서 모이게 되었다. (다행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쾰른까지의 교통편이 나쁘지 않았다.) 네덜란드라는 나라는 나에게 축구로만 익숙한 나라였고, 축구 외에 아는 것이라곤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태어난 나라라는 것과 물이 많은 나라 그리고 대마초와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라는 것뿐이었다. 또한, 암스테르담을 관광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집결지였기 때문에 머무는 날도 단 하루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은 오로지 '반 고흐 미술관'과 암스테르담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를 들리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우리 여행의 주 테마 중 하나는 커피이다.)


그래도 암스테르담에 대해 내가 아는 수준에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이 도시는 네덜란드의 수도이며 물로 가득 찬 도시이다. 학창 시절 지리 수업에서 선생님이 네덜란드의 지대보다 수면이 더 높다고 설명해준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여부는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그 기억을 증명해주듯 이 도시 곳곳은 수로로 연결되어 있었고 암스테르담 역을 나오니 광활한 물의 광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물이 많은 지질학적 특징으로 인해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에 제약이 많다고 하며, 그 때문에 현대건축이 자연스럽게 발달했다고 한다. 또한, 도시를 이루는 수로 위로 수상 건축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한 친구에게 전해 들은 내용으로는 육지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시민들이 임대료가 없는 수상에 가건물을 세워 살기 시작하면서 생겨나게 된 풍경이라고 한다.


"Today I Love You, " 암스테르담 역 앞


그리고 여담이지만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나라 별 사람들과 문화의 특성들을 살펴보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키가 무척 컸다.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키가 약 182cm가 된다는 것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었으며, 길거리 곳곳에서 나보다 작은 사람을 찾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흔히들 이탈리아 남자가 잘생겼다곤 하지만, 이탈리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느낀 인상으로는 네덜란드 남자가 가장 잘생긴 것 같다. 훤칠한 키와 함께 뚜렷한 이목구비가 아마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물론 미에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 김상은 대중적인 관점에서의 얘기이다.)


서설은 이만 접어두고, 우리가 암스테르담에 머무는 시간은 단 하루였기 때문에 아침 이른 시간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눈을 뜨자마자 '반 고흐 미술관'으로 갔으며, 미술관이 개장하는 시간 전이었기 때문에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반 고흐 미술관


지난주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에 대해 적은 것처럼 이 전부터 고흐의 작품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채화나 유화 풍의 그림들이 좋았고, 특히 인상주의 작품들의 은은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반 고흐 미술관'은 미술관이라기보다는 고흐라는 인물에 대한 박물관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고흐의 작품들도 전시되어있지만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화가로서의 고흐의 삶과 고민을 살펴볼 수 있었다.


'12송이 해바라기, ' '까마귀가 나는 밀밭, ' '아를의 침실, ' '자화상' 등 미술 교과서에서만 본 유명한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으며, 고흐의 생의 변화에 따른 화풍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은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볼 수는 없었지만, 마침 '클로드 모네'의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어 그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사실 당시에만 해도 고흐의 작품과 삶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저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이 좋았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던 수준 정도였다. 하지만, '러빙 빈센트'와 다른 책들을 통해 고흐의 삶에 대해 알게 된 지금 다시 미술관에 간다면 또 다른 감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당시 다녀온 여행지 중에 꼭 다시 가고 싶은 장소들이 몇 군데가 있는데, '반 고흐 미술관'이 그중 하나이다.


'반 고흐 미술관'과 재밌었던 '도날드 덕 반 고흐'


이모저모


사실 암스테르담에서의 기억은 많이 나지 않는다. 그 흔한 '안네의 집'도 우리는 가지 않았다. 그냥 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시를 나름대로 느끼기 위해 움직였다. 지루하다 싶으면 작은 배를 타고 수상 투어를 했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허름한 피자집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작은 가게들에 들어가서 구경도 했다. 우연히 들른 보드게임 샵에서 '신광바둑'을 발견했을 때는 괜스레 반가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Screaming Beans Coffee Roasters'라는 암스테르담의 카페였다.


지금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그때는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가 찾은 곳이었고 나도 커피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가보고 싶은 카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이 남을 정도의 특색은 없었지만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카페 투어의 시작인 점에서 의미 있는 장소이다. 혹시라도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암스테르담에 들렀을 때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이렇게 암스테르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본격적인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에너지 충전을 했다. 다음 날부터는 쾰른으로 이동하여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기에 꿀 같은 밤을 보냈다.


우연히 들린 보드게임 샵의 '신광바둑'과 'Screaming Beans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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