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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Mar 23. 2021

쪽글 4. 걱정스러운

 걱정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단연 최고의 단골일 것이다. 아마 자동 이체로 매달마다 일정한 양만큼의 걱정을 배송받는 vip 고객이 아닐까. 그런데 이번엔 좀 심했다. 그 가게에서 의도치 않은 과소비를 했는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걱정들을 떠안게 됐다. 침대를 빼면 다리를 펴고 누울 만큼의 여백도 녹록지 않은 나의 공간에 익숙한 얼굴의 불청객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분명 이번 3월은 꽤나 여유로운 달이었다. 큰언니네 집도 놀러 가고, 예정에는 없었지만 친구 집에서 외박도 했다. 솔직히 마음이 조금 놓일 만큼의 너그러운 달이었다. 이번 주 전까진. 


 내일부터 중요한 일정이 미친 듯이 이어진다. 내 개인적인 생활의 문제도 있기에 정확히 언급할 순 없지만, 그 일들 하나에 기꺼이 일희일비할 만큼의 무게들을 가진 것들이다. 내일부터 거진 외줄 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차라리 일주일만 바빴으면 행복했을 텐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4월은 첫째 주부터 시험이 있다. 그리고 그 시험을 시작으로 쭉 일정이 이어진다. 마음이 착잡하다. 얼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려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도 잘 살아낼 수 있을까가 걱정되는 시간은 분명 있었지만 너무 옛날 일이다. 


 내 욕심들을 안고 살아낼 수 있는 일주일이고 한 달이길. 백 번 양보해 행복은 바라지 않으니 무너지는 일은 없는 시간이길 간절히 바란다. 또한 방 한편을 차지한 이 걱정들을 맘 편히 내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가능하면 좀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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