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소원을 들어주세요.

by 작가명

기억은 늘 왜곡된다.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는지

특별한 규칙이 있는지


그런 어려운 내용은 모르겠지만


자주 경험하고 목격하게 된다.


아빠의 일기를 읽다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럼에도 의문이 드는 몇가지 구절이 있었다.


"내가 술을 마셔도 늘 웃어주는 우리 00이. 넌 정말 내가 뭘 해도 좋아해줬는데 "


우리 엄마 이야기다.


엄마는 아빠가 술 마시는걸 엄청 싫어했었는데

아빠는 엄마를 내 기억과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엄마는 곁에 없어서

확인 할 수가 없다.


오늘 납골당에 갔다.

바야흐로 명절이라

납골당은 붐볐다.


남편과 내 아이들 둘,

그리고 엄마를 그리워 하는 우리 아빠와 함께.


엄마 납골함 앞에서 우리는 멍하니 서있었다.

특별한 말도 없이

각자 마음속으로 무언 말을 되뇌이고 있었겠지.


나는 엄마에게

의문이 드는 아빠 일기를 물어보려했지만


내가 드는 생각은

엄마에게 내 근황을 전하고

이제 30개월이 된 꼬맹이

둘째 자랑을 늘어 놓았다.


분명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내 보물들을 나보다도 더 예뻐해주었을텐데.


그렇지만 그런 가정,

살아 있었다면?

내 옆에 지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면?


이런 생각은

나를 더 울컥하게 만든다.


말없이 우리 가족들은

차에 다시 올라탔다.


오랜만에 마주한 엄마는

아빠의 일기장 보다

더 내마음을 무겁게 한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8년이 넘었지만

나는 엄마 납골당에 가는것이 힘들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

그냥 내가 귀찮아서 엄마를 자주 보러 못 가는 것이지

여전히 우리 엄마는

나를 걱정하며

딸기우유를 사 먹고

드라마를 보면서

엄마의 지정석에 앉아 있을 것 같아서인지.


난 명절에 한번도

엄마의 유골함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하다.


누구는 우리를 우주 먼지보다 작은 하찮은 존재로

인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억, 추억만은

우리 가슴 속에 오래 남아있다고

그런 기억의 왜곡조차도

사랑스럽고

가여우며

간절하면서 애틋한 만약에~ 라면... 까지

티끌보다 소소하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그런 밤이다.


보름달을 못 본다고

달이 없는 것이 아닌 것 처럼.


엄마의 온기를 보고 만지지 못한다고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달님,

소원을 들어주세요.


사랑하는 가족과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는 한가위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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