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끓어 오른다

by 작가명

내 맘속에 용암처럼 부글부글거린다.

실제로 용암을 본 적 없으니 이 표현은 좀 그런가?

대충 그럼 팥죽이 퐁퐁 끓어 오른다고 해야하나?


난 이제 결혼 10년차다.


남편은 착하고 성실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따뜻하다.


선 칭찬을 깔고

나랑 다른 부분을 말하자면


아,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글조차 써지지 않는다.


그는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속 상하고

내 눈빛에도 화가 난다.


그의 감정에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한다고 해야하나?

감정적이고 예민하다.


그는 자주 나에게 묻는다.

"화났어?"

도대체 이 타이밍에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왜? 화난거 같아? "


"어.. 목소리 톤이.."


그는 내 목소리 톤과 표정 눈빛까지 통제하려고 드는 것 같다.

실제로 출근해서 1시간에 한번씩은 전화를 한다.


그는 말한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나를 너무 너무 많이 사랑하는구나.

감사하다.

이렇게 대부분 생각한다.


그렇지만 답답하다.

그는 최대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것 처럼

전화기 너머 들리는 내 목소리와 분위기를 느끼며

귀신같이 내가 어디서 뭐하는지 알아 맞힌다.

CCTV가 있는지 의심하기도 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성실하다.

착하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아빠이다.


그렇지만

감정적으로 나를 옭아맨다.


나를 끓어 오르게 하는 점은, 또 있다.

자신의 마음 속 정답을 맞춰봐라는 것이다.

가령,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


내가 몇가지 제안을 한다.

그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댄다.


"그럼 뭘 먹지?"


내가 고민하니,

갑자기 내 탓을 한다.


"왜 넌 좋아하는게 찜갈비 아니면 찜닭, 떡볶이 밖에 없어? "


"그게 잘못인가? 대신 내가 다 맞춰주잖아. 뭐 먹고 싶어? "


"너만 그렇게 사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살겠지."



이 대화에서 난 너무 화가 났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래서 우리가 원팀이라 하겠나? "


그래도 애들이 있어 한마디만 하고 참았다.


나의 한마디가 그를 자극했는지,

그는 화가났고

메뉴를 시킬때부터 저녁을 먹는 내내,

쇼핑몰에서 부터 짜증섞여 있고

아이들에게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 정말 이 남자와 살아야할까.


사과는 빠르다.

수차례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이런일이 있고

남편이 사과를 하면

나는 풀어야 하는 걸까?


마치 칼로 푹 찌르고

'아, 정말 미안미안. 다시는 안그럴게.'

이런 느낌?


난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혹은 이 남자의 길들임에 익숙해져서

참고 사는 것일까?


아이들 때문에 사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이 남자를 사랑하는 걸까?


아님 이 문제가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

나도 예민한 걸까?


어디다 이야기 할 곳이 없어

문득 생각이 났다.

앞으로 종종 글을 남겨야겠다.


나만의 대나무숲?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없다.

내 나이가 곧 마흔인데,

친정에 이야기 하면 걱정만 남기고

친구한테 이야기하면

남편 깎아 내리는 것 같고

동네 엄마들 한테 이야기하면 가십거리고.


사람들은 도대체 속 이야기를 어디다가 하면서 사는 걸까?


내일 아침 남편과 웃으면서 마주해야 할까?

방금 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러다 홧병, 공황장애가 오지 않을까?

정확한 병에 대해 모르지만,

여하튼 내가 건강해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린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지금도 이 사람은 성실하고

나도 최선을 다하는데

뭐가 문제일까.


법륜스님의 강의를 자주 듣는 편인데

나의 종교와는 상관 없지만,


여하튼 스님은 주로 이런 말씀을 하신다.

자식 문제는 자식이 누굴 닮겠냐? 너를 닮았다.

배우자 문제는 누가 선택했는냐? 너가 선택했다.


명쾌하다.


이 모든 상황은 나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이 되었지.


천주교 기도문에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명상과 기도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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