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대학교 졸업식
나는 부산 사람이다. 제2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난 내 고향 부산을 가장 사랑한다. 부산과 서울이 멀다는 것이 야속할 뿐이다.
나는 J의 부모님을 여러 번 뵀지만 정작 J를 엄마에게 소개하진 못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내가 애정하는 도시 부산에 있으니까. 마침 2월엔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날이 껴있었고, 엄마는 그때 나의 졸업식에 오겠다 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엄마랑 J가 만났다.
J는 참 발랄한 남자다. 귀엽고. 하지만 역시 우리 엄마 앞에서는 뚝딱댔다. 그를 마주 보고 있는데 만져보지 않아도 그의 손에 나고 있을 땀이 느껴졌다. 내 졸업식 날엔 날씨가 구렸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러 학교를 돌아다니는 내내 비가 왔다. 졸업식이라 사람이 많았다. 엄마랑 나랑 둘이 왔다면 사진을 제대로 찍기 힘들었을 거다. 그래도 J가 있어서 엄마랑도, J랑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J가 다정한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내가 다정한 사람을 만나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게 소개할 수 있는 남자라 안심이었다. 오히려 얼른 그를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J에게도 엄마를 소개하고 싶었다.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자니까. 나는 학창 시절에도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물으면 엄마라 답한다. 우리 엄마는 나라면 해내지 못했을 일들을 웃으며 해냈으니까. 엄마의 속은 말이 아니었겠지만, 내 앞이라 그랬을 거지만 그렇게라도 해낸 엄마가 너무 대단하다. (난 엄마딸인데 왜 엄마만큼 멋지지 못할까)
아무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둘이 만나니 기분이 이상했고, 가슴이 일렁였다. 그 느낌이 좋았다. (나만 좋았을 수도 있다) 셋이 더 함께 있고 싶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 둘 중 다른 하나인 우리 오빠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 세상은 가득 찬다. 더 바랄 것도 없다. 내가 J의 가족을 만날 때 J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그는 나만큼 감성적이진 않으니 그저 헤헤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J를 보내고, 엄마는 말했다. J의 외모가 합격이라고. 엄마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이었다. 뿌듯했다. 그리고 엄마는 J가 있어 오늘 하루가 든든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새삼 또 멋져 보였다. 나라면 딸의 남자친구가 무얼 해도 석연치 않았을 텐데 우리 엄마는 딸의 남자친구를 흔쾌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할 줄 알았다. 내가 그와 살기 시작하면서도 엄마는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그것 또한 나라면 못했을 듯하다. 내 곁엔 세계에서 제일 멋진 엄마가 있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런 남자가 있다.
이만하면 나의 삶엔 더 바랄 게 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건강하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면 된다. 우리 엄마도, 오빠도, 나의 애인 J도 그러길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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