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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정 Jun 20. 2024

낮술 한 잔에 삶의 의미를 찾다

 이번 주말, J와 낮에 막걸리를 마셨다. 원래 커피를 마시러 가던 길이었지만 우리는 밖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을 발견해 버렸고 지나치지 못한 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만큼 얼굴이 붉어진 채 낮술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빠질 수 없었다. 짜파게티와 도토리묵무침을 시켜 안주로 삼았다. 살면서 먹은 도토리묵 중에 가장 고소했다. 급식에 나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는데 내 손으로 이렇게 집어먹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막걸리와의 궁합은 환상이었다. J는 도토리묵보다는 짜파게티를 열심히 먹었다. 더운 여름 그늘에 앉아 마시는 막걸리는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어쩌면 사이다를 타서 달았던 걸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낮술을 잘 하진 않지만 낮술을 좋아한다. 낮에 마시면 왜인지 머리가 아파서 잘 마시진 않지만 낮술만이 주는 그 여유가 좋다. 취해도, 일찍 잠이 들어도 된다는 느낌을 주는 그 한가로움이 행복하다. J와의 주말은 한가로웠다. 토요일엔 명동에 있는 피부과에 갔다가 덕수궁에 갔다. 뜨거운 날씨에 그늘 없는 한옥을 걷는 것은 힘들기도 했지만 한옥만이 주는 따사로움에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는 우리를 그리로 이끌었고, 우리는 사랑하는 일에 빠진 젊은이의 아름다운 연주를 공짜로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옆에 있는 이 남자와, 글쓰기를 계속 사랑하고 싶어졌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스스로 의문이 들 때도 많지만 낮에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또 나를 살게 하고, 하루에 의미를 더한다. 또 맑은 하늘 아래 시원한 그늘에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면 이렇게 어려운 삶도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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