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한 이 맛을 견딜 수 없어
다소 심심한 날이 있다.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꽤나 무료한 그런 날. 이럴 땐 라떼 역시 그런 게 당긴다. 모두가 즐겨가는 스타벅스의 라떼가 그렇다. 맛이 참 심심하다. 그 이유는 샷이 오롯이 하나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샷이 우유와 엄청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건 아닌 것 같은 기분. 라떼의 진하고 고소한 맛을 원한 상태에서 한 모금을 먹으면 마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손을 안 닦고 나온 것 같고, 코로나 시대에 나오면서 마스크를 안 쓰고 나온 것 같은 그런 찝찝한 기분이 든다.
‘케바케’, ‘사바사’라는 말이 있듯이, 라떼 맛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라서 이 맛의 기분은 나만 느낄 수 있는 것일 수도.
나는 스타벅스 라떼가 당길 땐 샷을 추가한다. 사실 샷을 추가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맛으로 바뀌는 건 절대 아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라면 다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절대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너무 힘든 날에 간혹 가다 이 맛이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폭풍전야 같던 하루에 밍밍함 한 모금이 들어와 마치 내 인생이 잔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라도 하듯. 그래도 너무 밍밍한 건 참을 수 없으니 샷 추가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