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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24. 2022

어떻게 살아야할까?

마흔이 불혹이라고? 어째서 나는 미혹의 블랙홀에 허우적거리고 있나.

스물 즈음에는 서른이 되면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은행 잔고, 자동차, 집 등은 당시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내역에 없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그 무엇도 없었다. 


덕분일까?

내 손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는 것만 빼고는

(그것도 부모님 집에서 먹고 자고 출퇴근...... 하며)

20대와 달라진 것이라곤 

숫자 밖에 없었다. (주름살과 노화도 있었겠지만) 


사치하지는 않았으나

아껴서 돈을 모을줄도 몰랐고,

돈에 대해 공부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직업상 전국 각지를 떠돌아 다녔으니

10년 전, 땅이나 건물 같은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전국에 땅도 좀 사두고...... 그랬더라면..... 요모냥 요꼴은 아닐텐데.

아쉽다.  

물론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아쉬움이다. 


사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남자도 없었지만

서른즈음, 행복했다. 

스무살 대학시절, 꿈꾸던 그대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에 카메라 장비와 지도를 넣고 여기저기 다니며 

걷고,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지도에 점을 찍고. 

밥 먹고 술 마실 정도의 돈을 벌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포만감이 있었다.


그 포만감에 취해 미처 마흔살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를 그리지 못했다. 

사고(?)처럼 남편을 만나 말도 안되게 결혼하고

기적적으로 첫 아이를 낳고, 복직하고 대학원에 가고,

퇴사하고 아이를 키우다

말도 안되게 둘째를 낳고 

드라마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어쩜 그렇게 표현을 제대로 하는가. 작가도 아줌마인가?)

아줌마가 되었다. 

하얗게 변한 귀밑머리가 내가 늙어가고 있음을 다정하게 알려준다. 


아이들과 남편 밥 먹여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회사로 보내고

그들이 남긴 밥을 (먹어) 치우며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린다.

집에 혼자 남겨진 이 시간. 길어야 3시간 반, 소중한 내 시간. 

뭐라도 해보겠다며 낑낑거리지만

몸도 머리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40분짜리 강의를 보면서 반이 지나면 앞의 내용이 사라진다. 

들어가고 나가고

들아가고 나가고...... 무한반복. 


20대에도 떨어지기만 했는데, 

마흔이 넘어서도 뭔가를 해보겠다고 팔딱거리는 내가 조금은 귀엽다. 

더이상 옷으로 가릴 수 없는 올록볼록 아줌마,

애들이 남긴 밥 아깝다고 고만 좀 먹어라. 

그거 먹은거 또 까먹고 또 먹는다. 


기억하자, 다이어트의 기본은 삼시세끼. 


생선을 발라 먹이는데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작은 아이가 묻는다.

"엄마, 엄마는 아줌마지?"

"그럼, 내가 아줌마지. 아저씨냐."

아이에게 여성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세수도 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살아야겠다.

(바지가 안들어가서 못입는거다, 아들아)


이번달 대출금, 할부금, 보험금, 관리비, 카드값 내고 나니

40만원 남는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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