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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29. 2022

엄마 미워! 엄마 싫어!

나도, 나도 그래.

언제부터였을까.

아이와의 관계가 쉽지가 않다. 

좋게 말하면 섬세하고

세간의 눈으로 뜯어내자면 예민한 아이.

그의 엄마인 나는

이제 8살이 된, 정확하게 만 6개월 10일이 된 아이와의 관계가 쉽지 않다. 


바쁜 아침 등교 시간, 

지각쟁이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빨리빨리를 외친다(이건 내가 6시에 기상해 아침을 준비해도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나, 엄마의 늦잠으로 늦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8살 된 큰 아이와 그의 뒤를 잇는 아직은 귀엽기만 한 5살 막둥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차려둔 밥상은 누군가 떠먹여주지 않는 한 그대로 남아있다.

한술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은 마음에 밥을 떠 먹이고

수저통과 물통을 주고

혹시 빠진 준비물이 없는 지 묻고 (이런걸 하지 않아도)

그냥 아침밥 먹여서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전쟁같다. 

맞벌이 엄마들, 워킹맘들의 아침은 ....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존경합니다.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며 자신을 지켜낸 시간들을. 


1분 1초가 아쉽고 아깝다. 

내가 똥치우고 밥먹이고 .. 이러려고 공부하고 일했나, 

인생을 관통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콜처럼 몰아치는 아침 시간. 


하지만 8살 소년은 여유롭다. 

기껏 마스크를 씌었더니 양치를 하겠다거나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신발장에 서 있는데 

자다가 뻗친 까치집 같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머리에 물만 묻히곤 나를 보고 해맑게 웃는다. (샴프도 없이 그냥 물만 끼얹었다.)


그리고는 어떤 신발을 신을까 고민하고 있는 소년을 보고 있자면

애써 참았던 평화를 깨고 

나는 용가리가 되고 만다...

나는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잊지 말라고 되뇌이곤 하는데, 

....


암튼 아이를 울리지 않고,

가능하면 기분좋게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나의 새로운 미션이다. 


성질을 부리면 부릴수록 성질이 나고

화는 내면 낼수록 거칠어진다. 

나는 내 성질대로 살아 이런 모양이 되었고

늙어가고 있지만

아이에게는 이런 성질을 만들게 하고 싶지 않다. 


드디어. 나를 바꿀 때가 되었다.

8살 소년 덕분에,

가끔은 답답하고

가끔은 얄미운 아이. 

하지만 소년에게 내 멋대로 성질을 내고 나면

늙은 애미는 처참해진다.

슬퍼하는 소년을 보고 있자면

.....스스로가 부끄럽다. 

아프다. 


나이를 더 먹은 나도 어려운 것들을

나도 못하는 부분들을

당연하게 아이에게 요구할 때도 있고


.....나는 어쩌자고 새끼를 둘이나 낳았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더하기 빼기를 배우듯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생명체이니

당연히 생각도 성향도 다를 것이다. 


소중한 아이, 임을 잊지 말자. 

네가 느려도, 

네가 부족해도, 

사실 다 괜찮다. 

너는 이미 내게 모든 것을 해주었으니까. 


너를 보면서 나는 나를 보게 된다. 

총체적(난국)인 나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라면, 

내가 좀 더 마음 넓은 사람이라면,

내가 좀 더 상냥한 사람이라면, 

...... 매 순간 부족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숨고 싶을 때도, 미안할 때도 있다)


다만 나는 너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키울 책임과 의무가 있으니

...... 그걸 한다고 그 난리를 부리는 것일게다.


사실 그것도 어디까지인지 경계를 모르겠다.


마흔이 넘은 나도 모르는 것 투성인데

고작 8살인 너에게 

나는 너무 많은 것을 ... 말하고 말했구나.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인생을 열어갔으면 좋겠다.

나도,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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