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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ug 19. 2022

인덕션 위에 브루스타가 올라간 이유 1

휴대용 가스레인지는 어쩌다 인덕션 위에 자리 잡게 되었나


2022년 여름,

남편이 식기세척기를 샀다.

코로나 시대, 2년 동안 재택을 하며 네 식구 밥 세끼를 하느라

개고생(?)한 나를 위해서!(라고 믿어본다)


식기세척기, 이모님을 모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시련이 있었던가.


식세기 이모님을 모시려고 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 10개월인지 12개월인지 할부로 식세기를 긁었으나


식기세척기 설치 기사님의 방문으로

이 집에 이모님을 모시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래된.....  30년 넘은 구축 아파트의 전기사정과 여러 가지 상황상

(이미 인덕션도 따로 전기 공사를 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데다

인덕션 밑에 식세기를 둘 수밖에 없는 사정상)

이모님을 모시려면 큰 공사(?)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지레 포기해버렸다.

 

당시만 해도 엘지 인덕션이 아니면 띄움장을 사제로 (내가 알아서) 구비해야 했고,

공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전기공사... ㅠㅠ

혹시 나처럼 쥐뿔도 모르는데 집 공사를 셀프로 (해야)하는 양반이 있다면

반드시 전기공사는 해야 한다고..... 외치고 싶다.


.... 이 집에 이사 올 때 쥐뿔도 모르는 사람(본인)이 셀프로 집을 수리했는데

셀인 카페며 턴키업체에 아무리 문의해도

초짜는 알 수 없는 여러 가지(게으른 데다 100일 된 젖먹이와 함께 하는 집수리는 정말 퐌타스틱 했다. 없는 돈에 할 건 왜 그리 많던지. 욕심을 버렸지만 새시-는 좋은 거 해야 했기에 엘지 1천만 원, 화장실 2개 500만 원, 문짝 사제로 75만 원, 도배장판 동대문에서 250인가 300인 가만 하기로 했다. 2천만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아는 것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튼 용감했다. 물론 추후에 전등이며 신발장이며... 추가됐다. 하지만 주방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것이... 이런 후폭풍을 불러오게 될 줄이야. )


전기공사.... 를 하지 않아 나중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110 볼트를 220 볼트로 바꿨다. 담당자분은 3개까지만 무료로 해준다고 했던가... 돈을 더 드리고 몇 개 더 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아직도 110 볼트가 하나 남아있다.


암튼 이런 상황에 식세기 이모님을 모시려는 것은.... 뭔가 욕심이라고 생각되었고

그래서 그냥 대충 몸으로 때웠다.

근데 이렇게 코로나가 길어질 줄이야.

이렇게 오랫동안 밥을 하루 세끼, 네 끼 차려야 할 줄은 정말로 몰랐다.

항상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며

가슴속에 거대한 불길이 불뚝불뚝 솟구쳤다.

차. 내 인생의 삼분의 일은 밥 차리고 설거지하다 가는구나.

밥을 떠 먹여 달라는 아이들 입에 밥을 먹이고 있는 것까지 더해져.

스트레스였다.


특히. 밤새 혼자만의 야식을 즐기고

그걸 식탁이나 책상 위에 고대로... 박제시켜 둔 걸 볼 때마다

뻗치는 빡침과 울분이란.


아마. 남편이 내가 씩씩거리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


암튼 갑자기 뜬금없이

남편은 식세기를 샀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사를 하더라도 꼭 설치를 하자고 했다.


설치 가능 여부를 살피기 위해 방문한 기사님은

역시나 전기공사와 띄움장 공사를 이야기했다.

헌데, 띄움장 공사는 기대했던(?) 공사가 아니었다.

그냥 식세기 위에 인덕션을 두면 수증기 때문에 인덕션이 상할 수 있으니

인덕션과 식세기 사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띄어놓을 수 있는 높이 3cm짜리 틀(띄움장) 을 두면 되는 것이었다.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네모난 틀만 있는 틀을 두고 그 위에 인덕션을 올리는 것이었다.

식세기가 들어갈 공간에 있던 서랍장만 빼면 따로 공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엘지 인덕션이 아닌 모든 제품이 올라가는 띄움장은 15만원,

전기공사는 ...정석대로 두꺼비집에 따오는 대신 인덕션 전선에서 따, 새끼를 친다고 했다.

걱정대장인 나는 "인덕션은 단독선 써야 한다는데 괜찮을까요"를 몇번이나 물었고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1차 기사님은 사전답사

2차 기사님은 띄움장과 전기공사

3차 기사님은 식세기 이모님을 모시고 오기로 했다.


2차 기사님은 1시간 넘게 정성스레 전기를 새끼쳐주고 가셨고

3차 기사님이 꿈에 그리던 이모님을 등에 업고 나타나셨다.


그렇게 식세기 이모님이 오셨다.

일주일인가.

신세계였다.

설거지가 산더미 같이 있어도 성질이 나지 않았다.

갑자기 남편이 예뻐 보이기도 했다. (내가 속물이라는 걸 마흔 넘어 알게 되었다.)


불조절을 못하면 넘친다. 짝 안 맞는 냄비 뚜껑과 넘친 국물의 흔적....

기쁨도 잠시,

식세기가 문을 열고 열기를 식힐 때마다

인덕션이 울기 시작했다.

삑삑 삑삑.... F를 깜박이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러더니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애들은 방학이었다.

밥을 하루 세끼 해 먹여야 하는데,

인덕션이 다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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