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
12월23일, 방학식.
1월30일 개학식.
암담하다.
춥고 기나긴 겨울방학 터널을 어찌하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일단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내준 방학과제가 있다.
자녀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보람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학부모님의 관심 부탁드린다... 고 적혀있다.
공통과제는 1주일에 그림일기 1편,
하루 1~2권 책 읽고 기록하기 등 이다.
그래... 공부는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지.
대학원 동기에게서 논술 과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맙게도 그는 내게 그 세계로의 입성을 도와주려 했지만,
(내가 끄적이는 글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내가 누굴 가르칠 상태는 아니다. 학부모가 되고 난 후 더더욱 살아나는 나의 양심)
아들들 장가갈때 집하나씩 해주겠다는 야망을 가진 나는 올해에는 반드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다짐했기에,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 딱점으로 붙었다고 플랜카드 걸고 자축하려 했지만 떨어졌다.
그 사이, 내게는 보류였던 논술과외는 저 멀리 사라졌다.
그렇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나를.
내가 아니더라도 대체할 사람은 넘쳐난다.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은
아이들의 엄마가 되면서 .... 이루었지만,
내가 그리던 그림은 이런 풍(?)은 아니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아이들 학원비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언제나 대기하고 있다. 간신히 주둥이를 틀어막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기에는...
그래서 이러닝 설계일을 주십사 부탁했다.
여행컨텐츠 만드는 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 뭐랄까.
출장비로 다니는 여행일에서 벗어나
몇년 사이 자비로 다니는 여행을 해보니 거기서 못벗어나겠다.
아니, 벗어나기 싫다.
내 돈주고 가서 내 맘대로 (노는 것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모두 다 마음대로) 하는
여행을 알아버렸다.
뭐랄까. 기름값과 숙박비, 그리고 하루 3만원의 식대(물론 먹거리 취재가 있을 경우 그건 출장비로 해결할 수 있다)는 혼자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다닐 때에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주렁주렁 새끼들이 생기고 남편까지(?) 붙여서는 출장.....으로 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여행이라는게 꼭 동선을 짜서 뭘 보고 뭘 먹고 해야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기사 쓸 것도 아닌데
그냥 달려가다 좋아보이는 카페가 있으면 들어가서 멍때리고
애들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만큼 조개를 잡아도 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숙소에서 바다만 바라봐도 된다.
여행기자였던 여자는 더 이상 동선을 짜지 않는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너무 오랜만에 했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어린 경우, 여행은 그냥 숙소까지 무사히 달려가
컨디션 좋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는 게 대부분인데,
매일 반복되는 육아지만,
같은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 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곤 했다.
이렇게 나의 평생 밥벌이에서.... 멀어져 간다.
내가 노력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설계일.
(이것도 부탁하여 받을 수 있는... 못하면 언제든 까일 수 있는...)
세상사 확실한 것 없다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불확실한 .... 시간일 줄은 몰랐다.
내가 아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 생활비 점검은 다시 해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사실 망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훌쩍,
보드 그리는 일은 까먹었지만,
다시 열심히 그려보겠다.
그리고 과외시장에 입성은 불발되었지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커리를 짜보고 싶다.
동네의 학교에 강의계획서 같은 것을 돌려보면
뭔가 솟아날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석사학위 딴다고 들어간 3천만원
내 올해부터는 그 원금이라도 찾으리...
생각만하고 있다간 10년 뒤에도 이 모양일것이다.
그러니 이제 움직여라.
남편아, 나도 노를 잡았다. 힘내서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자, 는 아니고.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