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의 진실, 언제들 아셨나요?
9살인가 10살인가...
산타할아버지가 남자 내복을 선물로 내 머리맡에 두고 가신 그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당시 남아용 내복은 하의에 소변 틈(?)이 있었다)
아들들은 12월 들어 아니
12월 10일 넘어서부터 부쩍 말을 잘 듣기 시작했다.
막둥이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산타할아버지한테 '수퍼공룡파워' 갖고 싶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큰 아이는 3D펜이 갖고 싶다고 엄마아빠 모두에게 총 공격을 개시하였다.
막둥이 생일이 12월이라 너무 큰 출혈(?)
(막둥이가 원한건 헬로카봇 마이티가드... 인데 인터넷 최저가가 10만원을 훌쩍 넘겼다)
을 입은 나는 엄마는 크리스마스 선물 없다, 고 선언했지만
아이들은 엄마 말은 귓등으로도 안들리는지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두구두구두구
12월 24일 밤.....
늙은 산타가 우리집에도 왔다가셨던 걸까.
막둥이가 고열로 새벽 1시반에 깨어 해열제를 먹을 때만 해도 없던 선물이
(열이 펄펄 끓는데도 거실로 나와 텅빈 트리 앞을 확인하곤 '엄마 아직 산타할아버지가 안오셨나봐' 했다.)
뒤늦게 뭐라도 준비하지 않은 스스로를 자책했지만,
아이들이라면 꿈벅죽는 낼 모레 반백살 최 산타가 기가막히게 포장까지 해서
아들들이 노래를 부르던 그것들을 트리 앞에 놓아두었다.
(아마도 이걸 못보겠지만, 고마워 신랑. 나는 오빠가 애들한테 돈 쓸때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밤새 잠을 못이루던 큰 아이는 새벽 5시반에 환호했고,
그 소리에 겨우 잠든 막둥이도 깨어 선물을 열어봤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큰 아이는 3D펜을 망가뜨렸다!
내 입에서 튀어나오던 "환불하러 가야겠다"는 말은 아이들이 있어 사그라졌고,
산타 덕분에 우리집 거실은 난장판이 되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사다준 (최)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PS. 어쩌냐 오빠. 한달 용돈 다 쓴거 같은데...
근데 나도 벌써 큰애 학원비 지르느라....카드값 빵꾸라서 도와줄 수가 엄따.
오빠... 인생은 혼자가는 거래. 독고다이? 알지?
우리 한달동안 잘 버티다 살아서 만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