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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Dec 25. 2022

너와 나의 첫 겨울방학

요모냥 요꼴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는 책 읽고 운동하겠다, 아들아 너는?

늙은 언니에게 무시무시한 말을 들었다.

언니의 스무살 난 아들은 집에서 말을 안한단다.

밥도 같이 먹지 않고, 엄마와 대화도 없다고.

언니는 "내가 낳은 아들이지만 아들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너도 내꼴 나지 않으려면 그 입 다물라"고 덧붙였다.


마흔이 넘어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남의 말을 더럽게 안듣는다.

인서울 4년제 모여대에 가라는 엄마 말 대신

이왕 망한 수능, 어차피 망한 인생 될대로 되라는 망심(?)으로

이과랑 아무 상관없는 사진과를 갔고,


졸업하고서는 엄마말 안듣고 사진일 하겠다고 벅벅 우기다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이 한몸 책임지니 행운아야, 하던 삼십대를 지나)

결국은 마흔이 넘어까지 '앞으로 뭐해 먹고 사나'를 고민하고 있다.

선배 말로는 밥을 두끼만 먹으면 된다는데,

그건 또 내 조동아리가 협력하지 않는다.


암튼, 나도 남의 말 더럽게 안들었는데

아들이 남의 말(어미 말 포함) 안듣는 것을 두고 보는 것은 또 힘들다.

... 문제는 내가 달랑 둘 있는 아들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소망이 있다는 것.

100억 부자 되고 싶다는 것 만큼 원대한 소망이다.

100억이랑, 사이좋은 아들들 중에 고르라면?

반사. 선택을 거부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어디선가 '다 큰 아들이 인생을 의논할 수 있는 엄마'라고 했던가

뭐 그 비슷한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그 냥반이 쓴 무수히 많은 베스트셀러는 책 제목만 주구장창 쳐다봤건만,

저 멋진 워딩은 내 풍요로운 내장지방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다.

자식이 자기 인생을 의논 할 수 있는 엄마라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하지만, 메타인지 폭발한다는 사십대 여성으로서 양심선언을 하자면

내 성질머리와 깜냥을 모두 까고 소망하건데,

아들이랑 같이 식탁에서 밥도 먹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도 땡큐일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아니 매 순간

하...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시작되면 통장잔고 아니, 대출금과 카드값이 양 어깨에 올라타 내 머리를 위 아래 좌우로 흔들기 시작해 정신줄을 놓아 버리곤 한다.

다시 원점.

매일 매일 고민하지만,

그 고민이 제 자리에서 머물면 답이 없다.

고민을 계속 이어가는 힘은 대체 무엇일까, 를 또 고민한다.




대략 아이의 스케쥴은 잡혔다.

미술, 피아노, 태권도, 영어, 과학에 수영을 추가했다.

수영 단가는 생각보다 비쌌다.

아이전용 수영장은 주 1회가 15만원, 주2회는 28만원이라는데

내 생활비로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다.

동네 시립센터에서는 그보다 거의 1/4도 안되는 금액으로 소그룹 수영 가능한데,

문제는 인기가 많아 기본 6개월은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5개월이 남았건만 추운 날씨에 기회가 왔다.

춥겠지만, 수영은 어렸을 때 배우면 좋다기에 3개월만 가기로 했다.

아이는 주2회를 원했지만

아이가 사랑하는 물개 아빠의 처음 시작할 때 주3회는 가야 배운다는 말씀에 그러기로 했다.



아들은 태권도에 수영에

겨울 방학 내내 태릉선수촌 생활을 한다.

나도 그동안 꾸준히 걷기(서울시에서 워치를 지원해준다는 손목건강인가 뭔가가 곧 도착한다. 그게 올때까지만 자유를 누리리라)와 하루 세끼 식사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아들과 사이좋게 살아가는 비법은 .... 모르겠다.

일단은 내 입은 다물기로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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