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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Feb 11. 2022

아프면 부질없다.

내 몸은 내가 챙기자.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몸이 아팠다.

으슬으슬 춥더니 이불 2개를 덮어도 춥고, 양 팔이 너무너무 아팠다.

외식한 적도 없고, 카페에 간 적도 없고, 어디 간 적도 없고

밖에서 마스크를 내린 적도 없고

아이들도 가정보육 중이고

남편도 재택근무 중인데


그럼에도 혹시... 코로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씻고 얼굴에 로션이라도 바르고

최대한 집에만 있는 아줌마 티가 덜 나는 옷을 골라 입고

나가야 하는데,

열을 재보니 37.3도.

면접은 2시간도 남지 않았다.


남편에게 파스와 타이레놀을 사다 달라 부탁하고

그걸 먹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타이레놀은 (내게) 명약이다.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그래서 꾸역꾸역 씻고 옷을 입었더니

남편이 "가게?" 묻는다.

"요즘 같을 때 민폐"라고 덧붙인다.

(며칠 전 내가 면접일자를 얘기하자, 그는 내 면접시간 뒤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맞는 말이다.

괜히,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혹시라도.... 때문에

고민하다 접었다.

애들은 끊임없이 놀아달라, 물 달라, 찾아달라고 하고

나는 오늘은 내 몸부터 챙기자, 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요구를 대충 들어준다.


중요한 면접은

예비창업자를 위한 사무실 대여에 관한 것이었다.

사업계획서를 심사위원들이 참고해

선발된 인원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아주 저렴하게 사무실을 빌려준다고 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월세.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물론 3월에 아이들이 기관에 간다는.... 가정하에)

부풀어 있었다.

이제 집안일과 밥에 치이는 대신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길을 찾을 수 있다, 는 설렘.


당일 펑크에 자비는 없겠지만,

전화를 해 몸이 아프다고 양해를 구하고

혹시 다른 방법이 없나 물어보았지만 답은 없었다.


오래간만에 낮시간에 누워 쉬던 내게

"괜찮냐"라고 묻는 남편은

"어디 가냐"는 아이들에게

"아빠도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기로 했다"면서 유유히 자신의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남겨진 나는

친정엄마가 사다 준 죽을 아이들과 나눠먹고

누워서 30권쯤 책을 읽어주고

양치도 시키지 못하고 잠들었다.


중간에 잠이 깼다.

새벽 1시 30분,

남편은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아직도) 높은 것일까.

주책맞게 눈물이 나왔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다시 아침이 되었고, 다짐한다.

내 몸은 내가 챙기자.

내 인생은 내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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