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여행, 모악산의 아침 모아, 이매진피스 강물이 함께하는 여행이야기
제비의 여행은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어때야 할까? 무해한 즐거운 여행은 가능할까?”하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공정여행에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키워드를 더한 새로운 여행 방식을 기획하고 제안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을 고민하며 어떻게 로컬과 환경을 지키는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과정이다. 제로스테이는 제비의 여행의 거점으로, 앞으로 제로웨이스트비건여행에 참여하는 제비들의 둥지 역할을 할 공간이다. 제비살롱을 기획하며 제로스테이에서도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연희동에서 “제비의 여행”을 안내하는 시원, 전주에서 제로웨이스트 숙소 “모악산의 아침”을 운영하는 모아,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의 길을 찾는 “이매진피스”의 공동대표 강물, 세사람의 이야기를 모았다. 전주에서 올라온 모아와 화성에서 올라온 강물과 함께 엄마식탁에서 비건음식을 먹고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하는 동네 가게들에서 쓰레기 없이 맛있는 빵과 꽃을 사와 살롱을 꾸몄다. 늦은 저녁,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온 여행자들이 한명한명 꽃 향기와 음악으로 채워진 제로스테이에 깃들었다.
제비: 제비살롱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모아와 강물을 이야기손님으로 초대했습니다. 두 분은 제비의 여행과 제로스테이를 기획하는데 영향을 준 분들이십니다. 모아님은 제로웨이스트 숙소로 무해한 여행이 가능한 공간을 운영하고 계시고, 강물님은 지구를 생각하는 새로운 여행의 길을 제안하시는 분이시기에 함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모아님부터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아: 안녕하세요. 저는 전주에서 제로웨이스트 숙소 “모악산의 아침”을 운영하고 있는 모아입니다. 숙소는 독채로 운영하고 있고 비정기적으로 “모아로와”라는 프로그램을 열고 있습니다. 특정한 주제를 던지고 방마다 사람을 받아 같은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1박 2일간 여행하는 포르갬이예요. 올해 4월에 비거 제로웨이스트를 키워드로 모아로와를 진행했을 때 시원님이 참여하셨고 그때 연결이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원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숙소를 운영하면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제로웨이스트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강해졌어요. 지금은 숙소 운영 외에도 불모지장(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장)과 제로불모지 등 다양한 환경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오래 살아오신 집을 이어받아 2번째 커뮤니티 공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머니의 성함을 따고 같은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모은다는 의미 담아 ‘지향집’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제비: 여행할 때 숙소에 정수기나 싱크대가 없으면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어려운 데, 제로웨이스트 숙소에 가면 편하게 실천할 수 있어 좋았어요. 또 제로웨이스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다양한 실천법을 접할 수도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숙소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모아: 저는 ‘모악산의 아침’이라는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는 직접 지어서 가족들이 함께 살던 집인데 큰 집에서의 생활과 노동에 어려움이 있어 이사를 하게 됐어요. 어머니가 이곳을 숙소로 운영하고 또래 청년들과도 활동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시작한지 3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10년 전부터 ‘모악산의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오셔서 숙소 이름도 ‘모악산의 아침’으로 짓게 됐어요. 모악산이 한눈에 보이는 숙소예요.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소비와 문화를 공유합니다. 운영자는 소비자의 편의를 존중하며,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의 실천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갑니다.” 이렇게 두 문장으로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운영자가 바뀌어야 소비자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운영자의 철학이 있어야 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 다는 것이예요. 모악산의 아침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장으로써 역할을 하고 일상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제비: 처음에는 일반 숙소로 운영하셨던 걸로 아는데, 제로웨이스트 숙소로 변화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모아: 코로나 이후에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알게 됐어요, ‘알맹 상점’(제로웨이스트 샵)이란 곳이 생겨서 가봤다가 제로웨이스트 용품들도 처음 보게 됐어요. 그 전부터 숙소 운영을 하면서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고민이 많았어요. 매일 술공병부터 일반쓰레기까지 하루에 100L씩은 처리해야 했어요. 매일 쓰레기를 다 엎어서 하나하나 분리수거 하다보니 일회용품이 너무 많았어요. 왜 이렇게까지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장바구니를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던지 음식을 용기에 담아온다던지 하면서 제 일상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주방과 욕실에서도 플라스틱을 없애고 싶은데 숙소에서 애매하게 남은 샴푸린스가 다 운영자 집으로 오는 거예요. 결국 숙소에서 제로웨이스트를 하지 않으면 계속 플라스틱이 나올 것 같아서 손님들께 고체비누를 잘라 드리기 시작했어요. 모악산의 아침은 원래 가정집이라 식기도 많아서 사람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안내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큰 독채 숙소이다 보니까 거의 가족여행으로 많이 오셔서 바베큐를 많이 하셨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1시간씩 매번 청소해야 했어요. 제로웨이스트 숙소로 바꾸면서 바비큐도 멈췄어요. 제로웨이스트 입문서로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란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소비자가 연대하면서 변화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제로웨이스트 숙소도 소비자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서 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비: 모아님은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넘어서 불모지장과 제로불모지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획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모아: 불모지장은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이란 뜻이에요 오늘 이 살롱에 함께 하고 있는 두 친구와 함께 전주에서 불모지장을 기획했어요. 이 친구들이 이름도 지어주었고요. 불모지 장은 쓰레기 없이 필요한 것만 사갈 수 있는 장이예요. 불모지장 외에도 제로불모지에서는 여러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실험들을 전주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저 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무언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로 삶을 열어가고 싶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키워드로 모일 공간, 변화를 만드는 행동들을 연결하는 장이예요. 화장품 어택부터 플라스틱 방앗갓 뚜껑 모집, 세제리필 개념, 비건탐식단 등 여러 활동들을 함께 해나가고 있어요. 서로 연결되는 작은 연결과 실험들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예요.
제비: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제로웨이스트 숙소로 자리잡고 두 번째 공간을 열어가시고, 불모지 장부터 전주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열어가는 제로불모지까지 열어가시는 모아님의 추진력이 정말 대단해요. 또 어떤 모험들을 하실지 기대되요. 다음 제비살롱은 전주 모악산의 아침에서 열어도 좋을 것 같네요.
제비: 오늘 제비 살롱의 또다른 이야기 손님은 강물입니다. 제비의 여행은 제로 웨이스트 비건 공정여행의 줄임말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확산해 온 이매진피스의 강물을 만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한국에 계시는 중인데요. 국제활동으로 또 공정여행가로 늘 세계를 여행해오신 강물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강물: 코로나 덕분에 마을에서 조금 깊은 호흡으로 여행하는 법을 익혀가는 것 같아요. 세계일주를 하는사람들이 가장 먼저 사는 것 중 하나가 지구본이라고 해요. 여러 앱이 있지만 지구본과 지도가 주는 감각이 있는 거죠. 세계일주를 한다는 건, 어쩌면 지구본 위에 서는 일이란 생각을 종종해요. 한국에서는 그냥은 멈추기 어렵잖아요. 잠깐을 쉬어도 자신을 백수라고 이름 붙이고 바깥에선 불안한 미래를 염려하는 질문들을 계속 던져오죠. 어쩌면 여행은 우리가 이름붙이지 않고도 당당하게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시간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디론가 가지 않아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숨을 고르고, 길을 잃기도 하고, 의미없이 보내도 괜찮은 의미있는 시간, 죄책감 없이 삶의 멈춤을 누리고 즐길수 있는 시간. 그런 면에서 여행은. 본질적으로 다른 공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 도착하는 일인것 같아요.
제비:공정여행을 시작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강물: 저는 원래 여행가가 아니에요. 2003년 이라크를 시작으로 분쟁지역을 오가는 평화활동을 하면서 국경을 넘는 여행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평화활동이라는 것은 보이는 것 보다는 보여지지 않는 것, 들리는 말 보다는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기록해 가는 여정이라 여행을 하면서도 계속 빛과 그늘을 보는 시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여정을 시작했던지라 여행을 하면서도 가리워진 곳, 그늘의 안쪽에 마음이 다다랐던 것 같아요. 언제든 그곳에 도착하는 낯선 이들을 맞이 해주는 현지사람들의 거대한 환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의 여행이,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여정이었죠, 그렇게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 머무는 방식의 여행을 배우고 익혔다 보니 세부나 델리 같은 관광지에서 마주하는 대량관광의 패턴이 폭력적이라는 감각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단지 무례하고 진상을 부리는 것을 너머 아동성매매로 이어지는 인권유린의 현장들, 대규모 관광개발에 개발에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원주민들, 숲과 바다를 빼앗기는 사람들.. 평화운동을 하며 마주쳤던 점령과 식민의 문제가 고스란히 관광지에서 겹쳐지고 있는 풍경에 충격을 받았죠. 문제를 느끼면서 여러 사람에게 물었어요. 아무리 목숨걸고 국경을 넘어는 평화활동가나 긴급구호 활동가들이 있어도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폭력적인 여행을 하고 있다면, 과연 평화에어떻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인가? 관광이라는 매끈한 이름으로 일어나는 이 폭력은 누가 어떻게 멈출 것인가? 아무도 대답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국경을 넘는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국제활동가들, 이런 현장을 마주했던 여행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했죠. 그게 공정여행 축제의 시작이었어요. 하자센터가 통으로 건물을 내어주었고 노래하는 이는 노래로, 여행하는 이는 여행의 이야기와 사진, 또 물건들을 가지고 수백명이 모여들었죠. 자신의 질문과 여정을 가진 여행자들이 모여 새로운 여행, 진정한 여행의 길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 사람 두사람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선언했어요. “나는 로컬숙소와 식당을 이용하는 여행자가 되겠습니다” “나는 현지의 문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자가 되겠습니다” “나는 내 여행이 내가 머무는 곳의 숲과 강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살피는 여행자가 되겟습니다” 그 작은 선언과 약속들이 모여 공정여행이란 개념이 만들어 졌어요. 그렇게 여러 사람의 물음과 이야기가 모여 2009년 “희망을 여행하라”라는 첫 공정여행 책으로 새로운 길을 열기 시작했죠. 지금은 공정관광 조례가 만들어져 서울시, 경기도를 비롯해 18개 시군에 관광정책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으니 작은 걸음이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죠..
제비:공정여행이란 어떤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요?
강물:공정여행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물어요. 하지만 저는 늘 공정여행은 ‘어디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같은 곳을 가더라도 어떤 시선과 가치를 가지고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을 경험하게 되니까요. 몰디브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를 가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몰디브를 만나고 여행하기 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장소를 경험하게 돼요.
저는 관광전문가가 아니에요. 그런데 관광에 대해 여행자이자 활동가로서 새로운 시선으로 질문하고 조사하기 시작하니 어디서든 관광의 문제에 대해 몰디브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거예요. “그 문제는 몰디브 같은 질적 관광으로 해결하면 됩니다.”라고요. 관광의 교과서가 몰디브이길래 한번 가보기로 결심했죠. 몰디브 신혼여행 패키지 비용이 통상 1500만원 정도 해요. 그야말로 초호화 럭셔리 관광이죠. 오랜 동안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정말 리조트에 도착하면 천국에 온 것처럼 아름답죠. 아무것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그 풍경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에요. 몰디브에서 발리까지 하나의 섬이 리조트로 전환되면 어부들은 연근해에서 어업을 할 수 없어져요. 미관을 해치기 때문이죠. 그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들 섬출신 바다 사람들인데도 리조트에서 수영을 할 수 없어요. 현지인들이 수영을 하면 물이 더러워 보인다는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거죠. 오직 리조트에 머무는 사람들의 파라다이스 뷰를 위해 삶의 풍경이 거세당하는 일들이 관광개발의 과정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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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몰디브는 고급 리조트 외에는 자유여행이 어려운 여행지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개인여행, 혹은 공정여행이 가능할까요?
강물:몰디브는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통령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독재 정권이었어요, 고품격 여행지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게스트하우스나 로컬 관광을 금지해왔죠. 하지만 2008년에 최초로 민주화 운동 출신 대통령이 선출되고 집권하는 4년간 로컬투어리즘 법이 만들어 졌어요. 몰디브100개의 섬에 흩어져 살아가는 진짜 몰디브 사람들이 자신의 작은 집을 고쳐 누군가를 맞이하고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에 기반한 관광이 시작된 거죠. 작은 자본으로 누구나 관광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니 청년들이 많이 뛰어들었죠. 무엇보다 정부에서 공항과 수도 말레, 또 말레 선착장에서 전국의섬으로 배편을 연결하는 교통체계를 개편했어요. 누구나 작은 관광을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된 거죠 지금은 호텔닷컴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 몰디브 게스트하우스 이렇게 섬색하면 300여개의 숙소들이 주르륵 떠요.
제가 머물렀던 마푸지 섬의 숙소는 리조트에서 일했던 한 청년이 고향에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만든 방 4개 짜리 작은 로컬스테이였어요. 하지만 그 집 앞에 바로 이어진 몰디브의 바다는 수백만원짜리 리조트에서 보는 바다와 다를바가 없이 아름다웠죠운 것이었어요. 바다는 가난한 여행자에게든 부자 여행자에게든 가리지 않고 같은 아름다움을 선물하니까요. 마을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있어 만타가오리를 만나고 샌드뱅크에 가는 액티비티 투어를 예약했어요. 아침 10시에 나가 오후 4시까지 몰디브의 바다를 한껏 만나고 돌아와 동네 산책을 하고 해질녁 바닷가의 오래된 로컬식당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훈제된 황다랑어 스테이크를 먹었죠. 그 모든 일에 든 비용이 20만원 남짓이었어요. 고급 리조트에서의 여행이었다면 하루 100만원도 모자랐을 거에요. 더구나 그 돈 중 2-3만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 버리고 몰디브에는 제가 버린 쓰레기만 쌓였겠죠. 하지만 제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기 시작하며 제 여행은 몰디브의 조금 더 깊은 곳까지 저를 데려다 주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일을 위해 지불한 모든 돈들이 몰디브에서 만난 사람, 머물렀던 마을, 깃들었던 바다를 지키는 일을 위해 쓰여지는 변화를 만들게 된 거죠 무엇보다 아침과 저녁으로 걸었던 흰 산호모래가 덮힌 마을의 골목길들, 뱃머리를 닮은 뾰족한 전통 지붕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며 쑥스럽게 말을 걸어오던 아이들, 저녁바다에서 마주한 히잡을 쓰고 인어처럼 자유롭게 바다를 유영하는 동네의 여성들... 해질 녘이면 바다에 나와 낚시를 한다는 마푸지 사람들의 선셋 낚시를 배울 일도 없었겠죠. 더구나 섬을 떠나며, 마푸지 사람들 18명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는 일은 더더욱. 그곳을 구경하는 여행으로는 마주하기 어려운 연결과 감각이 생기는 여행, 그게 공정여행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진정한 여행” 아니었을까 싶어요
제비: 최근 기후위기시대의 여행을 주제로 여행인문학도 진행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기후위기시대의 여행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강물: 코로나로 모든 여행이 이년 가까이 멈추었죠. 관광업계의 매출이 90%이상 떨어지고 관광지가 텅텅비니 관광회사 사장님들이 택배를 하고 난리가 났죠. 그러나 저는 냉정하게 묻고 싶어요. 관광은 코로나의 피해자이기만 했던 걸까? 2019년 한국 해외 출국자 수가 무려 3천만에 육박해요. 세계적으로는 14억 인구가 여행하고 있죠. 우리가 장거리 비행 한 번으로 배출하는 탄소는 한 개인에게 일 년간 허용되는 탄소배출권의 2배 이상을 넘어서요. 무엇보다 관광산업 전체가 지구에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이 10%를 차지하죠. 그렇다면 이 코로나와 기후위기에 관광업과 우리들의 여행도 큰 몫의 책임이 있다는 거죠,.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숲을 베어내고, 생태계를 무너뜨리며 세워온 새로운 리조트나 대규모 관광개발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주저 없이 선택한 저가항공들이 탄소를 뿜어내며 지금 우리를 멈추어 서게 한 코로나의 중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맞이해야 할 필요가 있죠. 지금 이 멈춤의 시간 속에서 지구가 던지는 질문에 귀 기울이고 전환의 길을 찾지 않는다면 결국 기후위기는 모든 생명의 위기로 흐르게 될 테니까요.
제비: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자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요?
강물: 영국 투어리즘 컨선에 의하면 한 사람의 여행자가 여행을 할때 하루 3.5kg 쓰레기를 남기고, 하룻밤 객실에선 1.5의 물을 써요. 워터파크가 있는 지역에서는 3.5톤으로 물 사용량이 급등하고 전기는 현지인의 28배를 쓰죠.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양은 평균 2kg 정도이니 여행할 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해 쓰레기를 줄이면 도움이 되곘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실천은 여행을 조금 덜하고 한다면 여러 곳을 구경하는 여행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관계 맺는 방식으로 전환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테이케이션, 워케이션, 팻시터 등 머무는 여행을 연결해 주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많아졌어요.
제비: 기후위기의 문제처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영역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강물:맞아요. 관광이 가진 구조의 문제가 크죠. 점점 대형화 되는 관광리조트나 골프장등이 지역에 생겨나면 급증한 물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주변의 담수를 다 끌어다 쓰죠. 그럼 한정된 물자원으로 농사를 짓는 현지 농민들이 농업에 사용할 물이 부족해 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관광개발이 시작될 때 아무도 주민들에게 묻거나 설명하지를 않아요. 한다고 하더라도 관광의 미래에 대한 핑크빛 청사진만 보여 주죠. 관광은 자본과 지역 정부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기획이자 변화에요. 반드시 그 과정에서 주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지역과 삶이, 숲과 강이, 바다와 자연이 지켜지는 적정선을 논의해야 해요. 몰디브처럼 40만 명이 사는 나라에 100만 명의 관광객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떠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내도 어떤 지역이 쓰레기 섬으로 변해가는 일을 막을 수가 없는 거죠. 제주도 마찬가지겠죠. 우리가 오염시킨 바다에서 해녀들이 피부병에 걸리기도 하고 중 산간 지역에 가뭄이 잦아지기도 하죠. 우리가 즐거움을 누리는 댓가를 우리가 여행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대신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각해야 해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연결의 감각과 새로운 선택의 힘이 기후위기 시대에 여행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제비: 관광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크게 요구되야 하는 것 같아요.
강물:맞아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죠. 사실 한국에서는 관광 관련 명칭은 모두 ‘관광진흥과’로 되어있어요. 지역 활성화는 물론 필요하죠. 도넛 경제모델이 보여주듯이 개발이 부족하면 빈곤. 일자리, 복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죠. 하지만 너무 넘치는 과잉개발을 하게 되면 자원고갈, 기후 위기 등 더 큰 문제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게 돼요. 그 문제들이 더 이상 우리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온다는 걸 코로나를 통해 배우고 있는 것이겠죠. 과잉관광의 근원은 과잉개발이에요. 우리가 조금 부족한 것, 불편한 것을 선택하고 감수하는 일상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상업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기준으로 개발의 속도와 규모를 조정 해가는 전복적 전환이 없다면 이 일은 해결될 수 없는 거죠.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이 지역과 삶에 기반한 여행, 지속가능한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이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 에어비엔비가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진입장벽 없이 세계 어디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숙박공간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그 결과 베를린에서 베니스까지 학생이나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주거공간이 모두 상업화되고 오래된 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는 삶의 내몰림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지역의 활성화가 지역의 정주민들을 쫓아내는 데에 다다른 것이죠. 한국에서도 제주에서 통인시장 생선전까지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주거권과 정주권, 또 환경 수용력을 염두에 두고 관광객의 숫자나 빈도 속도를 조정해 갈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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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모아로와, 불모지장 이야기부터 강물의 몰디브 여행까지 여행자의 테이블에 펼쳐진 여행의 지도는 우리를 먼 곳으로 이끌었다. 전주에서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모험을 감당한 불모지장의 두 동료들, 또 원주에서 제비살롱을 보고 경복쌀상회 복씨를 섭외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옥희 방앗간 대표님, 여행잡지사에서 일하며 여행이 만들어내는 환경파괴와 지속가능한 여행의 그린워싱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신 분, 본연의 것을 해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여행을 고민하며 제비의 여행 기획에 함께 해준 이아, 또 내년에 세계일주를 준비 중이라는 제비살롱 최다 참여자 진성님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와 끄덕임, 깊은 물음과 고민들이 이어지며 이야기가 깊어졌다. 각자의 여행과 삶, 전환의 고민들, 여행과 얽힌 깊은 고민들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막차를 놓치기 직전이 돼서야 멈추었다. 다음에는 꼭 하룻밤 묵는 여행으로 서로 깊이 만나는 여행을 건네며 헤어졌다. 전주에서, 또 원주에서 제비살롱을 열어 못다한 이야기를 연결해가자는 약속들과 함께 공항에서 아쉬움을 한껏 안고 헤어지는 여행의 동행들처럼 인사를 건넸다. 그 아쉬움이 데려다줄 또다른 여행을, 함께 열어갈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