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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의 여행 Mar 11. 2022

"제비의 여행"을 시작하며

지구를 생각하는 '제'로웨이스트 '비'건 공정'여행' 이야기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어때야 하는가? 여행을 사랑하지만 지구와 환경을 파괴하고 싶지는 않은 한 사람으로서 고민이 깊어졌다. 무해한 여행은 가능할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대안과 가치의 키워드로 세상을 맵핑하고 공정여행을 전해온 이매진피스와 함께 여행해왔다. 공정여행을 경험하며 우리의 여행이 여행지의 주민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내가 쓰는 돈이 어디로 가는지, 내가 하는 행위가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생명을 파괴하지는 않는지 질문하는 감각이었다. 완전히 무해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해함을 지향하며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여행의 방식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쉽게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더 많이 소비한다. 야식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바비큐를 해먹으며 많은 쓰레기들을 버린다. 일상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즐기고자 하는 보상심리로 인해 많은 기준과 질문들은 뒤로 밀려난다. 여행에 가서 비건옵션을 찾거나 쓰레기를 줄이려면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지기에 환경실천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여행업은 환경적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나 또한 여행을 사랑하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잠시의 즐거움과 편리함보다 닥쳐올 재난과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 무거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내겐 기후위기가 가장 큰 의제였기에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하고 또 사람들에게 전해왔다. 완전히 무해한 여행을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여행하지 않고선 살 수가 없기에, 최대한 무해한 여행의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멈췄던 여행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 일어날 대량 소비, 개발, 대량 관광 방식의 보복관광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과도한 관광, 오버투어리즘과 젠트리피케이션, 쓰레기와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며 환경과 주민을 존중하는 여행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함께 해 온 이매진피스와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어때야 할지 질문을 던지며, 공정여행에 비건과 제로웨이스트라는 키워드를 더해 새로운 여행의 방식을 찾아보기로 했다.       


 ‘제비의 여행’은 이러한 질문과 고민의 여정 끝에 나온 답이었다. ‘’로웨이스트+‘’건+공정‘여행’을 결합한 것으로, 여행지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비건 음식을 먹으며 여행지의 주민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행의 방식을 말한다. 2021년 상반기에는 국내에서 제로웨이스트비건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서칭하고 그런 여행 이야기를 기록해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여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다른 방식의 여행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음을 알리고자 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본격적으로 다른 흐름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이매진피스와 논의하며 여행의 방식을 구체화시키고 고민을 지속했다.


 그런 고민의 여정 중에 청년업 green 공고를 보게 됐다. “기후-환경 위기 대응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청년의 창의적인 직업모델 창출을 지원한다”는 설명에 마음이 끌렸다. 어떻게 하면 내가 가치있다 생각하는 노동으로 소득을 얻으며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이기도 했다. 그래서 가장 관심과 마음을 두고 있는 ‘비건제로웨이스트여행’ 기획자로서 직업실험을 시도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청년업green을 통해 진행한 직업실험은 ‘연희동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비건 공간들을 맵핑해 여행 코스를 구축하여, 지구에 무해하고 즐거운 여행을 기획하고 안내’하는 것이다. 이매진피스의 자문을 구하며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에 대한 강의를 개최했다. 또, 비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동료 제비들과 함께 제비의 여행 기획회의와 연희동 맵핑 워크숍을 진행하며 실험을 구체화해나갔다. 그 끝에 “제비의 일상여행@연희”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제비의 일상여행@연희”는 제비의 일상을 경험해볼 수 있는 반나절의 여행이다. 연희동을 기반으로 제로웨이스트비건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이렇다. 2년간 거주하며 연희동에는 제로웨이스트 비건 공간들이 많아 편하고 즐겁게 환경실천을 할 수 있고, 골목골목 걸어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 느꼈다. 연희동은 연남동과 붙어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직 관광지화 되지 않았고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기존의 동네상권과 주거지역이 잘 보존되고 있다. 독특한 로컬 공간들이 많고 동네를 지키고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확산시켜가는 활동도 활발한 지역이다. 이런 연희동에서 동네를 걸어다니며 쉽고 즐겁게 무해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경험, 연희동의 매력을 소개하고 싶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라이프 스타일은 개인의 일상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요소들을 덜어내고 사회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생활방식이다. 이런 제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누구나 경험해보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사회 문화를 만드는 일은 기후위기로부터 살아남는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제비의 여행’은 여행을 매개로 해 제로웨이스트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즐겁게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환경실천의 문턱을 낮추고 시작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여행자들에게 동네의 주민들과 환경을 고려하는 여행을 제안하고, 연희동의 제로웨이스트 비건 공간들을 맵핑하고 기록하며 사람들과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제비의 일상여행”에서 맵핑하고 기록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했다. 제비의 여행이 새롭게 꾸려가고 있는 무해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함께 여행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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